한국 남자배구가 카자흐스탄에 발목이 잡히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은 31일 인도네시아의 수리비야에서 열린 ‘제 19회 아시아배구연맹(AVC)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 카자흐스탄과의 4강전에서 세트스코어 2-3(25-20, 25-15, 17-25, 23-25, 14-16)로 역전패했다. 예선 3경기 전승, 8강 토너먼트 2연승, 8강전 중국전 승리로 대회 6연승을 달렸던 한국은 카자흐스탄의 높이와 힘을 넘지 못하고 2001년 이후 처음으로 대회 정상에 오를 기회를 잃었다.
전날 중국을 격파하고 기세를 살린 한국은 이날 카자흐스탄의 기세를 꺾으며 첫 두 세트를 잡아 일찌감치 결승행을 확정짓는 듯 했다. 그러나 3세트부터 상대의 강서브와 높이에 고전하며 3~5세트를 모두 내주고 주저앉았다. 한국은 오는 8월 1일 오후 6시 30분부터 일본-인도네시아전 패자와 3·4위전을 치른다. 일본과 인도네시아는 이전에 만나 모두 승리를 거둔 경험이 있다.
1세트 초반에는 카자흐스탄의 높이와 힘이 넘치는 공격에 다소 고전했다. 세트 중반까지 2~3점을 뒤졌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블로킹이 터졌다. 레프트 포지션에서 송희채와 정지석이 상대 공격을 연달아 잡아내는 한편 공격에서도 맹활약하며 흐름을 바꿨고 라이트의 문성민까지 블로킹에 가세하며 단번에 20-18로 전세를 뒤집었다. 한국은 이후 흔들린 카자흐스탄을 밀어붙이며 세트를 따냈다.
2세트는 한국의 기세가 이어졌다. 좌우 공격은 물론 중앙 공격과 블로킹까지 효율적으로 나오며 사실상 자멸한 카자흐스탄을 25-15로 크게 이겼다. 하지만 3세트에는 정비한 카자흐스탄의 공격이 무서웠다. 12-17까지 뒤진 한국은 리시브와 토스가 모두 흔들렸고 상대 서브를 이겨내지 못하고 힘없이 무너졌다. 3세트에만 서브 에이스 4개를 내줬다.
한국은 4세트에도 상대 서브에 고전했고, 큰 공격이 상대 높은 블로킹 벽에 걸리며 어렵게 출발했다. 라이트로 출전한 이강원의 공격 성공률이 다소 떨어졌다. 5-5에서 이민규의 블로킹으로 역전에 성공했고 신영석의 서브 에이스가 나오며 리드를 잡는 듯 했으나 공격 범실이 속출하며 8-10까지 뒤졌다. 이에 한국은 노재욱과 문성민을 재투입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고 문성민의 블로킹으로 10-10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로는 카자흐스탄이 조금씩 앞서 나가는 가운데 한국의 추격 흐름으로 이어졌다. 한국은 동점 내지 역전 기회에서 상대 높이를 번번이 넘지 못했다. 범실도 나왔다. 18-19에서 또 서브 에이스를 얻어 맞았고, 범실이 겹치며 18-21까지 뒤졌다. 한국은 이시우의 서브가 상대를 공략하며 21-21까지 쫓아갔으나 서브 범실과 상대 공격에 밀렸고 23-24에서는 문성민의 서브가 라인을 벗어나며 승부는 5세트로 넘어갔다.
5세트는 양팀이 한치도 물러나지 않으며 6-6까지 맞섰다. 한국은 주포인 문성민이 분전했다. 상대 공격과 블로킹에 당하며 6-8로 뒤진 상황에서 코트를 바꿨으나 문성민의 공격과 진상헌의 블로킹으로 다시 균형을 맞췄다. 8-10으로 뒤진 상황에서는 문성민이 공격과 블로킹으로 다시 동점을 만드는 등 끈질기게 버텼다. 이어 11-11에서는 박주형의 결정적인 블로킹이 터져 나와 역전에 성공했다.
결국 5세트는 듀스로 돌입했다. 하지만 한국은 14-15에서 공격을 만들지 못하고 아쉽게 패했다. 상대 서브 에이스 하나에 주저앉았다. 1,2세트를 잘 잡고도 나머지 3세트를 모두 내주며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AV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