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호가 실리와 명분에 미래까지 모두 챙겼다.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배구대표팀은 1일 인도네시아의 수리비야에서 열린 '제19회 아시아배구연맹(AVC)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 인도네시아와 3·4위전에서 세트 스코어 3-0 완승을 거뒀다.
전날(7월31일) 카자흐스탄과 4강전에서 세트 스코어 2-3으로 분패했던 한국은 마지막 경기에서 홈팀 인도네시아를 꺾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전반적으로 '기대 이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항간에 돌던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단' 이야기를 쏙 들어가게 만들었다. 이번 대회로 얻은 세 가지 소득을 살펴봤다.
▲ '가장 큰 실리' 아시아선수권 시드
가장 의미 있는 건 역시 가시적인 성과다. 한국은 이 대회 4강에 오르며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게 됐다. 한국은 지난 2015년 대회에서 전체 7위에 머물며 아쉬움을 삼켰다. 2013년 대회 준우승의 성과가 곧장 깨진 것. 그러나 올해는 기대 이상의 성과로 당초 목표였던 4강 진입에 성공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3위에 오르며 '2019 아시아선수권' 시드를 배정받게 됐다.
아시아선수권 우승국은 '2020 도쿄올림픽' 직행권을 획득한다. 우승을 하지 못하더라도 성적에 따라 올림픽 세계 예선 진출권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시드 배정은 강팀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올림픽 직행 도전에 한걸음 가까워지는 성과다.
▲ 여전히 건재한 '주포' 문성민
어느덧 베테랑이 된 문성민은 여전히 한국 대표 라이트 공격수다. 그러나 컨디션에는 의문부호가 따랐다. 2016-2017 V리그 종료 후 무릎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출장 시간에 조절이 필요했다. 문성민이 팀에 끼치는 영향력은 단순히 한 명의 공격수가 빠지는 것 이상이다. 2019 아시아선수권은 물론 2020 도쿄 올림픽까지 문성민은 대표팀의 주포 역할을 해줘야 한다. 때문에 문성민의 컨디션은 대회 전반의 관건이었다.
그리고 문성민은 수술로 따라붙은 의문부호를 완벽히 지워냈다. 문성민은 결승전 제외 7경기서 모두 라이트를 도맡으며 85득점의 괴력을 뽐냈다. 카자흐스탄과 4강전에서는 팀 최다인 19득점을 올렸다. 승부처였던 마지막 5세트에서는 분전하며 여전히 존재감을 뽐냈다.
▲ '포스트 문성민' 영건들의 재발견
물론 주포 문성민의 존재도 중요했지만, 그의 부담을 덜어줄 선수들의 발굴도 중요했다. 문성민의 컨디션이 확실치 않은 상황, 김호철 감독은 이강원에게 라이트 자리를 맡겼다. 비록 문성민이 예상보다 긴 출전 시간으로 코트를 누볐지만 이강원 역시 제 몫을 다했다. 이강원은 결승전 제외 7경기서 61득점을 올리며 팀 내 4위에 올랐다. 프로 데뷔 후 레프트와 라이트는 물론 센터까지 오갔던 이강원에게 대표팀 주전 라이트는 무거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이강원은 기대 이상의 모습으로 문성민의 부담을 지웠다. 결승전에서 김호철 감독은 문성민에게 휴식을 줬다. 틈틈이 코트를 밟긴 했지만 앞선 경기들에 비해 비중은 줄었다. 이강원은 승부처마다 득점하며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또한 '영건' 정지석 역시 결승전 제외 7경기서 70득점을 기록하며 문성민에 이어 팀내 2위에 올랐다. '조커' 박주형 역시 뚜렷한 성장세를 띄었다. 젊은 공격수들의 발굴만으로도 충분한 성과였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