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29·상하이)은 대한민국 배구 역사상 세계 최고 레벨에 가장 근접한 선수다. 이미 클럽 레벨에서는 이룰 것을 상당수 이뤘다.
그런 김연경의 대표팀 애착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 사실상 개인 경력의 마지막 목표다. 여자배구대표팀 주장이기도 한 김연경의 이번 발언은 그래서 더 큰 화제가 됐을지 모른다. 대한배구협회의 부실한 지원을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지금 당장의 논란은 아프지만, 장기적 방안의 공론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이재영(흥국생명)의 이름이 직접 거론되며 논란이 다소 격해진 감은 있다. 김연경도 이에 대해서는 사과했다. 김연경은 8일 소속사를 통해 “처음 보도된 바와는 다르게 향후 기사들은 취지와 크게 벗어나 다른 의미로 해석이 되었다”라면서 “내 의견은 대표선수의 관리뿐만 아니라 인재 발굴과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의 필요성이었다”고 강조했다.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김연경이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논란이 엉뚱하게 흐르는 것을 보고 당황한 것으로 안다”라면서 “김연경이 강조한 것은 현재의 부실한 대표팀 시스템이다. 김연경은 일본이나 유럽과 같은 해외 무대에서 오래 뛰면서 선진 문물을 경험했다. 현재 우리 대표팀의 시스템이 얼마나 낙후되어 있는지를 가장 잘 아는 선수다. 이 부분에 대해 일침을 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김연경-이재영 논란은 접어두고 김연경이 가리키고 있는 것을 명확하게 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결국 협회의 무능력과 불신이 곪고 곪아 이번에 터졌다고 봐야 한다. 다른 선수들도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대회 일정이나 협회 지원, 그리고 시스템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며 김연경의 의견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팀을 경험한 한 은퇴 선수는 “협회에 대한 불만은 늘 있었다. 물론 협회 사정을 이해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코칭스태프 선생님들도 중재를 위해 애를 많이 쓰셨다. 하지만 이런 환경은 우리 대에서 끝내야 한다”라면서 “연경이가 대표팀 생활을 하면 얼마나 더 하겠나. 2020년 도쿄올림픽이 마지막일 것이다. 실질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은 없고 논란의 중심에만 선다. 그럼에도 후배들을 위해 총대를 멨다고 생각한다”고 응원했다.
많은 관계자들도 “김연경이기에 더 파급력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협회도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여론이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협회 측도 “대표팀 장기발전을 위한 로드맵을 이미 논의하고 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김연경의 발언이 그 시점을 조금이라도 앞당긴다면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
협회도 부족했던 부분을 수렴하고 새 계획을 짜는 와중에 있다. 당장 내년부터는 대표팀 예비엔트리 선정에 신중을 기할 전망이다. 다소 중요성이 떨어지는 대회에는 1.5진이나 2진급 선수들을 출전시켜 경험을 쌓는 동시에 주축 선수들의 체력도 안배하는 방안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배구계의 관측이다. 이미 무너진 대표팀 선발 기준을 재정립하고, 대표팀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거세다. 김연경의 발언이 5년 뒤 ‘변화의 씨앗’으로 기억될지 지켜볼 일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