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구가 다시 한 번 레바논에게 무너졌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9일 새벽(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서 벌어진 ‘2017 FIBA 아시아컵’ C조 예선 첫 경기서 레바논에게 66-72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사실상 C조 1위로 8강 직행은 어려워졌다.
한국은 2년 전 아시아선수권 5,6위전 87-88 패배 후 다시 한 번 레바논에게 발목을 잡혔다. 한국은 레바논과 역대전적서 4승 6패로 열세다.
홈팀 레바논은 미셰루 아운 대통령까지 와서 관람할 정도로 농구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은 레바논 홈팬들의 극성스러운 응원까지 이겨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특히 ‘아시아의 조던’ 파디 엘 카티브가 소개될 때 장내가 떠나갈 듯 시끄러웠다.
한국은 김선형, 이정현, 임동섭, 오세근, 김종규가 선발로 나왔다. 레바논은 211cm의 흑인귀화선수 노벨 펠레가 예상을 깨고 주전으로 나와 한국에게 엄청난 부담을 줬다. 카티브도 예상대로 베스트5로 나왔다.
한국은 임동섭의 3점슛으로 포문을 열었다. 오세근이 실수한 사이 노벨 펠레가 스틸에 이은 속공을 터트렸다. 레바논이 순식간에 6-3으로 리드를 잡았다. 임동섭의 3점슛과 김종규의 앨리웁 덩크슛이 터지며 한국이 12-10으로 역전했다. 임동섭은 초반부터 3점슛 2개 포함, 10득점을 몰아치며 주포 역할을 톡톡히 했다.
1쿼터 후반 한국은 이종현과 최준용을 투입해 높이를 강화했다. 최준용이 가드로 뛰며 3-2 드롭존 수비를 펼쳤다. 최준용은 이종현에게 덩크슛 기회를 만들어주는 등 가드로 활약했다. 오세근의 점프슛이 터진 한국은 18-20으로 추격하며 1쿼터를 마감했다.
한국은 2쿼터 들어간 허웅이 3점슛을 터트렸다. 지역방어가 잘 먹히며 수비는 좋았다. 전체적인 신장은 높아졌지만, 골밑에서 위치를 잡아주는 선수가 없어 득점이 어려웠다.
레바논도 코너에서 3점슛을 터트리며 차츰 지역방어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레바논은 공격리바운드를 모조리 장악하며 한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카티브는 거칠게 골밑으로 돌진해 파울을 유도했다. 오세근, 김종규 등 한국 빅맨들의 파울이 쌓이기 시작했다.
레바논의 차세대 스타 하이다도 골밑에서 득점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너무 손쉬운 골밑슛 기회를 계속 줬다. 전반종료 3초를 남기고 골밑으로 돌진하던 김선형이 U파울을 얻었다. 김선형은 자유투 2구 중 하나를 놓쳤다. 김선형이 3점슛이 불발되며 한국이 31-40으로 전반전을 뒤졌다.
후반에도 공격의 문제는 여전했다. 김선형이 돌파 후 올려놓은 공을 레바논이 블록슛 했다. 이정현은 레바논의 속공을 끊었다가 U파울을 내줬다. 이승현과 박찬희가 투입되며 수비는 어느 정도 살아났다. 오세근은 골밑에서 연속득점을 올리며 분투했다. 한국은 공격에서 어처구니없는 실책을 범하며 자멸했다. 노마크 3점슛도 들어가지 않으니 추격할 방법이 없었다. 3쿼터 종료 시 41-54로 경기가 레바논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4쿼터 한국은 임동섭의 3점슛과 김선형의 속공, 김종규의 팁인으로 52-54로 추격했다. 한국은 4쿼터 시작 후 11-0으로 맹추격했다. 중요한 순간에 카티브가 벤치서 나와 골밑슛을 넣었다. 아라키가 김종규에게 결정적 바스켓카운트를 얻어 다시 분위기를 가져갔다. 아라키는 3점슛까지 터트렸다. 레바논이 다시 10점을 앞섰다.
한국은 전면강압수비를 하며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벌어진 점수 차를 좁히지 못하고 석패를 당했다. 아이다는 오세근을 블록한 뒤 손가락을 휘젓는 등 굴욕까지 선사했다. 종료와 동시에 전준범이 3점슛을 넣었지만 승패와 무관했다.
임동섭은 16점, 3점슛 3개로 가장 돋보인 활약을 했다. 오세근(16점, 7리바운드), 김선형(14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이 분전했지만 모자랐다. 레바논은 아라키(22점, 5리바운드), 하이다(16점), 카티브(16점, 5리바운드) 등이 고르게 활약했다.
한국은 11일 새벽 12시 30분 카자흐스탄과 2차전을 치른다. 그 다음 상대는 우승후보 뉴질랜드다. 한국이 카자흐스탄에게도 패한다면, 3전 전패로 조기 탈락할 가능성도 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