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르브론’ 파디 엘 카티브(38)의 위력은 여전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9일 새벽(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서 벌어진 ‘2017 FIBA 아시아컵’ C조 예선 첫 경기서 레바논에게 66-72로 패했다. 1패를 당한 한국은 카자흐스탄, 뉴질랜드와 경기를 이어간다.
레바논은 과거 한국농구를 끊임없이 괴롭혔던 에이스 파디 엘 카티브가 7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마흔 살을 바라보는 그는 흰 머리와 수염으로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다. 분명히 전성기에는 못 미치는 기량이었지만, 한국에서는 당할 자가 없었다.
레바논에서 카티브는 음료수 광고에도 나올 정도로 ‘국민 영웅’이자 농구 그 자체다. 그가 경기장에 등장하자 관중들이 떠나갈 듯 환호했다.
카티브는 198cm 신장에 육중한 체구를 지니고 있다. 워낙 돌파가 파워풀한데다 내주는 패스도 일품이다. 전성기 때는 슈팅까지 정확해 한두 명으로 상대하기 버거운 상대였다. 오랜만에 복귀한 카티브는 슛폼이 완전히 망가져있었다. 카티브는 경기 초반 무리한 돌파를 감행하면서 오세근, 김종규 등에게 자주 막혔다.
하지만 승부처에 강한 것이 스타다. 카티브는 결정적인 순간에 강했다. 지독하게 안 들어가던 3점슛도 후반에 터지기 시작했다. 한국의 3-2 드롭존을 깨는 뼈아픈 3점슛이 나왔다. 한국은 4쿼터 시작과 동시에 연속 11득점하며 52-54까지 추격했다.
이 때 벤치서 지켜보던 카티브가 다시 나왔다. 그는 결정적인 골밑슛을 터트려 한국의 추격을 막았다. 카티브가 분위기를 끌고 가면서 레바논 후배들도 연달아 터졌다. 슈퍼스타의 위엄이었다.
이날 카티브는 16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팀을 이끌었다. 전성기가 한참 지난 노장이라고 보기 어려운 좋은 활약이었다. 바셀 바우지는 리바운드를 12개(공겨 6개)나 걷어갔다. 결국 한국은 카티브를 주축으로 한 여러 선수들을 감당하지 못해 무릎을 꿇었다. 초반 신들린 슛감을 자랑했던 임동섭(16점, 1쿼터 10점)마저 후반전 카티브의 활약에 가렸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