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예정인 NC 베테랑 타자 이호준(41)이 정들었던 인천의 그라운드를 마지막으로 밟았다. 이호준은 인천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석별의 정을 달랬다.
NC는 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릴 예정인 SK와의 경기를 앞두고 선발 라인업을 발표했다. 좌완 구창모가 선발로 나서는 가운데 이호준은 이날 선발에서는 빠졌다. 다만 4회 무사 1,2루 승부처에서 대타로 들어가 윤희상을 상대로 볼넷을 골랐다. 그 후 대주자 윤병호로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다소 아쉬운 인천 고별전이었지만, 지나간 시간을 회상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컸다. 이호준은 인천과 인연이 깊다. 1996년 해태에서 1군에 데뷔한 이호준은 2000년 트레이드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그런 이호준은 2012년까지 SK에서 뛰었다. 팀의 4번 타자로 활약함은 물론 SK 구단 역사상 가장 뛰어난 주장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FA 자격을 얻어 2013년 NC로 이적한 이호준은 이날 경기 전까지 2015경기에서 타율 2할8푼2리, 332홈런, 1249타점을 기록 중이다. 장종훈(340홈런)이 가지고 있는 우타자 최다 홈런까지 8개를 남겨두고 있다. SK 구단도 이호준의 인천 마지막 경기를 기념해 간단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구단을 위해 헌신한 베테랑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한 배려였다.
준비 시간이 길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SK는 최선을 다해 행사를 준비했다. 이날 이호준이 뛰던 시절의 영상으로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이벤트 직전에야 이 행사를 알았던 이호준은 다소 놀랐지만, 이내 담담한 표정으로 전광판을 응시했다. 비록 지금은 SK를 떠나 있는 이호준이나 자신의 청춘을 바친 팀이 바로 SK였다. 성공의 발판을 마련한 팀도 SK였다. 가족들은 여전히 인천에 산다. 애정이 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는 줄 몰랐는데 감사하다"라면서 "인천에서 십여년 동안 정말 좋은 일도 많았고, 특히 인천SK행복드림구장이 새로 생겨서 정말 좋았던 기억이 난다.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고별사를 한 이호준은 경기 후에도 여운을 숨기지 못했다. 이호준은 "갑작스럽게 마이크를 잡고 말하려니 찡했다"고 털어놨다.
이호준은 경기 후 "타석에서 치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볼넷이) 점수로 이어져 만족한다"라면서 "행사에 대해 전혀 몰랐다. SK 정의윤 선수의 1000경기 출장 시상식이 있다고 해서 경기 전 일렬로 섰는데, 내 영상이 전광판에 나와 깜짝 놀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박석민 선수와 SK 박정권 선수를 비롯해 후배들이 이야기해 준비한 것이라고 했다. 후배 선수들과 SK 구단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떠올렸다.
이어 이호준은 "그동안 은퇴를 실감 못했는데, 오늘 이렇게 접하니 진한 기분이 들었다. 은퇴식 때는 울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팀이 우승하는 데 보탬이 되는 것이 목표다. 지금 당장이라도 팀에 도움이 안 된다면, 옷 벗을 생각을 하고 임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