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8세 이동국(전북 현대)은 되고, 박주영(32, FC서울), 양동현(31, 포항 스틸러스), 이종호(25, 울산 현대)가 안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월드컵 9회 연속 본선행을 좌우할 운명의 태극전사들이 결정됐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서 이란, 우즈베키스탄전에 나설 26인 명단을 발표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한 주인공은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이다. 2014년 10월 파라과이, 우루과이전 친선경기에 소집된 이후 2년 10개월 여 만에 A대표팀에 승선하며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이동국이 오는 31일 이란(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 서울월드컵경기장)전에 나설 경우 38세 124일로 A매치 역대 최고령 출전 2위에 오른다. 현재 1위는 고 김용식(39세 214일), 2위는 김병지(37세 298일)다.
이동국의 발탁엔 반신반의 의견이 엇갈린다. 불혹에 가까운 나이, 소속팀서 선발과 백업을 오가고 있다는 점, 양동현, 박주영, 이종호 등 후배 선수들과 경쟁력에 맞물린 시선이다.
이동국이 후배 공격수들과 비교되는 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 째는 '수장' 신태용 감독이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신 감독은 "2014년 9월 임시감독 시절 이동국을 뽑았는데 상당히 잘했고 골까지 넣었다. 그 때와 지금의 이동국은 다르지 않다. 순간 슈팅 타이밍이나 볼을 받으러 나왔을 때 2선 침투하는 동료에게 찔러주는 패스는 최고의 클래스다. 과거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이동국과 직접 통화를 했는데 '정신적 지주로 대표팀에 오지는 않겠다. 경기를 뛰면서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나 또한 정신적 리더를 위해 뽑은 것은 아니다. 골을 못 넣더라도 공격포인트를 올릴 수 있는 움직임이 있다. 내가 선호하는 타깃형 선수다"라고 기대했다.
올 시즌 공격포인트(24경기 15골 2도움)만 놓고 보면 양동현(공격포인트 3위, 득점 랭킹 4위-국내 1위)이 1순위여야 하지만 신 감독의 축구와는 맞지 않아 탈락 고배를 마셨다. 신 감독은 "양동현은 K리그서 골도 많이 넣으며 잘하고 있지만 내가 선호하는, 앞에서 싸우는 타깃형 선수는 아니다"면서 "골수만 놓고 보면 뽑혀야 하지만 양동현은 포항 스타일에 최적화 된 선수다. 내가 원하는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해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기량이다. 이동국의 현재 경기력은 후배 공격수들과 견줘도 밀리지 않는다. 신 감독의 말대로 골과 연계 능력은 최고 수준이다. 이동국은 올 시즌 주로 교체로 나와 리그 18경기서 4골 2도움을 기록했다. 전북에서 제2의 전성기를 연 에두와 A대표팀 스트라이커인 김신욱과 경쟁하며 낳은 결과다. 이동국에 비해 소속팀 경쟁이 수월한 이종호(23경기 5골 3도움)와 박주영(23경기 7골)은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세 번째는 이동국의 경험과 무게감이다. 다른 어떤 공격수보다 존재감이 남다르다. A매치 103경기 33골로 이번 대표팀 선수 중 유일하게 국제축구연맹 센추리 클럽(A매치 100회 이상 출전)에 가입했다.
신 감독은 "노장 선수라고 기량이 없는데 뽑지는 않았다. K리그 최고의 선수들"이라며 "배고플 때 축구를 했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정신적인 귀감도 될 것이다. 말보다 행동으로 우리가 왜 러시아 월드컵에 나가야 되는지 잡아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동국은 "한국 축구의 큰 위기일 수 있어 기쁨보다 책임감이 더 크다"면서 "남은 시간 감독님 이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잘 준비해서 반드시 월드컵 본선행을 이루겠다"고 각오를 다졌다./dolyng@osen.co.kr
[사진] 이동국(위)-신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