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2. 4쿼터 한국과 일본의 득점이었다. 1점차 근소한 리드에서 맞이한 4쿼터에서 압도적인 집중력을 선보인 한국이 '광복절 드라마'를 그려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 대표팀은 15일(이후 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일본과 '2017 FIBA 아시아컵' 8강 결정전을 81-68로 승리했다
초반은 한국이 고전했다. 1쿼터 4-6으로 뒤진 상황, 일본이 연이어 7득점하며 기세를 올렸다. 한국의 실책과 반칙이 반복되자 일본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일본의 '빅맨' 아이라 브라운은 연달아 3점슛을 꽂아넣은 뒤 다시 골밑으로 들어와 내외곽을 흔들었다. 4-13으로 경기 초반부터 밀리던 한국은 1쿼터 종료 2분30초를 남겨두고 전준범이 3점슛을 꽂아넣었다. 이날 경기 한국의 첫 3점슛 성공. 이어 김선형도 곧장 3점포를 작렬시키며 순식간에 동점을 만들었다. 결국 1쿼터는 한국의 17-15 우위로 끝났다.
2쿼터 중반까지도 앞서던 한국은 급격한 체력 저하를 보였다. 오세근이 분전했으나 백코트 싸움에서 완전히 압도당했다. 결국 2쿼터 종료 1분여를 남겨두고 역전까지 허용했다. 오세근의 버저비터로 39-41, 두 점 차로 마친 게 다행인 상황. 전반 야투율은 한국이 44.4%, 일본이 55.6%로 크게 밀렸다.
한국은 3쿼터 시작과 동시에 악재를 맞았다. 전반, 한국의 공격을 주도하던 오세근이 개인 네 번째 반칙으로 파울 트러블에 걸린 것이다. 결국 오세근은 벤치로 돌아갔다.
이어 토가시 유키가 한국을 흔들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가드 유키는 3쿼터 4분여를 남겨둔 시점에서 환상적인 레이업슛을 성공시킨 데 이어 브라운의 앨리웁 덩크슛마저 어시스트했다. 유키의 원맨쇼로 스코어와 분위기 모두 일본 쪽으로 기울었다.
한국이 60-57로 앞선 4쿼터 초반 수비 리바운드 상황, 이종현이 공중에서 확실히 소유권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신체 접촉이 들어왔다. 명백한 반칙. 그러나 심판의 콜은 울리지 않았다. '미스 콜'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나 작전 타임에서 분위기를 바꾼 한국은 오세근의 스틸과 허웅의 3점슛으로 리드를 벌렸다. 오심을 극복하는 순간이었다.
한국이 64-57로 앞선 4쿼터 종료 6분 30여초를 남겨둔 시점에서는 김선형의 3점포까지 작렬했다. 10점차 리드. 한국은 이어진 수비 상황에서도 리바운드를 따내며 분위기를 바꿨다. 이어 비슷한 자리에서 공을 잡은 김선형은 똑같은 코스로 3점슛을 성공시켰다. 연이은 3점슛. 외곽 수비가 완전히 무너진 일본은 김선형에게 꼼짝못했다. 3쿼터 유키의 원맨쇼보다 더 위협적인 장면이 김선형에게 나왔다. 위력적인 인사이더가 없기 때문에 고전할 수밖에 없는 일본이었다.
일본이 혼란을 겪는 사이 허웅이 가로채기에 이은 득점까지 성공시켰다. 4쿼터 두 개의 3점슛과 가로채기에 이은 득점, '식스맨' 허웅의 가치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4쿼터 5분이 지나는 시점까지 한국은 15득점, 일본은 1득점에 그쳤다. 사실상 승기가 기울었다. 흐름을 놓친 일본은 무리하게 레이업슛을 시도했으나 이종현이 이를 블록슛했다. 발등에 불 떨어진 일본은 손쓰지 못하고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한국은 4쿼터 종료 1분을 남겨둔 시점에서 오세근이 5반칙 퇴장당했지만 경기에 큰 영향은 없었다. 야투 성공률 80%대의 위용을 뽐낸 오세근이었다.
한국은 2000년 이후 FIBA가 주관한 성인 남자농구 대회에서 일본을 상대로 9승1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여자 대표팀이나 대학 레벨에서는 패배가 거듭됐다. 그런 분위기를 바꿔낸 극적인 승리였다. /ing@osen.co.kr
[사진] 대한민국농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