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한방’에 출연한 배우 이정민이 연기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며 배우로서 한 단계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이정민은 지난 달 22일 종영한 KBS 2TV 금토드라마 ‘최고의 한방’에서 이광재(차태현 분)가 이끄는 월드기획의 유일한 그룹 헐레벌떡의 ‘헐레’로 열연을 펼쳤다. 특히 이번 작품으로 이덕화, 차태현 등과 같은 선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이정민에게 소감을 물으니 “정말 다 좋았다”며 박수를 쳤다.
“이덕화 선생님께서 정말 헐레벌떡을 예뻐해 주셨다. 항상 통통 튀고 웃긴 신들을 찍으니 우리가 오는 걸 진심으로 반가워해주셨고, 함께 춤도 춰주셨다.(웃음) 우리가 안 오면 ‘헐레벌떡 언제 오냐’고 찾기도 하셨다더라. 우리가 늘 현장에 있는 게 아니라 혹시 어색해지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덕화 선생님을 비롯한 스태프 분들이 항상 우리를 반겨주셨다. 우리가 ‘숨통’ 역할을 해서 그렇지 않을까. 정말 감사했다.”
이번 작품에서 차태현은 배우와 ‘라준모’라는 이름으로 연출을 겸했다. 대학교 때 단편 영화를 연출한 경험이 있는 이정민에게 그런 차태현의 모습은 ‘롤모델’을 실제로 보는 것과 같지 않을까. 이정민은 차태현을 떠올리며 “정말 멋있었던 분”이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현장에서 정말 감독님 포스가 났다. 아무래도 배우시니까 배우의 입장으로 디렉션을 잘 해주셨다. 정말 멋있었다. 그걸 보며 연출이 욕심나지는 않았냐고? 전혀.(웃음) 연기 하나만이라도 잘하고 싶은 걸. 배우도 힘든 직업이지만, 작품의 선장과 같은 연출은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란 생각이 절로 든다.”
이정민은 늘 ‘안 되기만 하는’ 비운의 그룹인 헐레벌떡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힘든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긍정을 잃지 않는 헐레에게 마음이 많이 간다고 말하는 이정민은 헐레를 보며 수많은 오디션 속에서 살아야 하는 배우의 숙명을 떠올리는 듯 했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거의 1% 정도이지 않을까. 나머지 99%의 사람들은 카메라에 비춰지지 않는다. 헐레벌떡도 그랬다. 아이돌 준비를 하다가 안 되고, 안 되어서 트로트로 재기를 준비하는 친구들이었다. 계속 남아 있으면 언젠가는 빛을 발할 것이란 믿음이 있는 친구들이었다. 살아남은 자가 이기는 것이란 말이 있지 않나. 이런 긍정적인 마음을 가진 헐레벌떡에 마음이 많이 갔다.”
이정민은 첫인상에서 이지적이고 날카로운 분위기가 나는 배우다. 하지만 독특하게도 이미지와는 정반대로 늘 통통 튀는 역할을 맡아왔다. 드라마 ‘화려한 유혹’의 권아름이 그랬고,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의 송이가 그랬다. 왜 그런 것 같냐고 물으니 이정민 또한 “나도 도대체 모르겠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초반에는 ‘왜 나를 그렇게 생각할까’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했다. 계속 통통 튀는 캐릭터를 맡으니 부담이 되기도 했다. 내 성격이 원래 그러질 않으니 자신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최고의 한방’ 헐레로 3개월을 살면서 오히려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됐고, 부담감도 줄었다. 지금은 비슷한 카테고리의 캐릭터를 연속으로 맡는 게 나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앞으로 더 풍부한 매력을 어디서든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다.”
그런 이정민이 꾸준하게 ‘하고 싶은 장르’로 꼽은 건 사극과 전문직 캐릭터. 하지만 이상하게도 사극과는 전혀 인연이 없단다. 그는 이제 데뷔한지 5년차가 된 배우로서 “아직까지는 시작하는 느낌이지만, 이젠 진짜로 내가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플랜B 없이 배우를 직업으로 한다는 게 느껴진다”고 말하며 배우 인생에 대한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작품을 할수록 이제는 연기 현장이 진짜 내 ‘일터’라는 생각을 깊이 하고 있다. 평생을 연기 할 거라는 확신이 있으니 오히려 조바심이 사라지고 좀 더 진지하게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엔 막연히 겁이 났던 것들도 이제는 내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으로 설명이 되겠다는 믿음도 든다. 연기가 점점 나에게 ‘삶’이 되고 있다는 게 느껴지고, 더욱 연기 인생을 ‘찐하게 하자’는 각오가 든다.”/ yjh0304@osen.co.kr
[사진]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