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추석 명절에는 사극 영화가 관객들의 구미를 당긴다는 일종의 흥행 공식이 작동한다. 그간 '사도' '관상'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추석 극장가에서 흥행작에 오른 사극 영화이다.
지난 2012년 개봉한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이병헌, 류승룡, 심은경, 김인권 등 연기파 배우들이 합세한 탄탄한 캐스팅과 역사에 상상력을 가미한 '팩션'으로 1232만명을 동원하며 천만 흥행을 이끌었다.
그런가 하면 송강호, 이정재, 김혜수, 조정석, 백윤식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받은 영화 '관상'도 2013년 개봉해 관상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2015년에는 역사적 사건이 아닌 아버지 영조와 사도세자라는 인물 중심으로 풀어낸 '사도'는 624만 명을 모으며 전 세대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처럼 믿고 보는 배우들의 탄탄한 캐스팅 라인업, 역사에 상상력을 가미한 소재, 현 시대를 반영한 듯한 진짜 같은 스토리가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주며 흥행한 사극 배턴을 이어받아왔다. 이에 따라 올 추석 연휴를 겨냥한 '남한산성'도 이 같은 수순을 밟게 될지 주목된다.
23일 오전 11시 서울 압구정CGV에서 ‘남한산성’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이날 주연배우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희순 조우진과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이 참석했다.
'남한산성'은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시기, 나아갈 곳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47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순간의 치욕을 견디어 후일을 도모하려는 이조판서 최명길 역의 이병헌과 청과 맞서 싸워 대의를 지키고자 하는 예조판서 김상헌 역의 김윤석이 빚어내는 팽팽한 연기 시너지와 인조 역의 박해일, 서날쇠 역의 고수, 이시백 역의 박희순, 정명수 역의 조우진까지 연기파 배우들이 만나 스크린을 압도할 것으로 기대를 높인다.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영화 제작의 제안을 받고 김훈 작가님의 원작소설 ‘남한산성’을 읽어봤다. 척화파 대 주화파의 싸움, 삼전도에서의 항복 같은 제 머릿속 병자호란에 대한 단편적인 기억들이 소설을 읽으면서 새롭게 다가왔다. 많은 일들이 일어났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무엇보다 현 시대와 많이 닮아있어서 놀랐다”라며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서 대중에게 보여주고, 다시 과거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면서 현 시대에 대해 더 고민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제작한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황 감독은 캐스팅에 대해서는 “이 분들이 해주시지 않았다면 이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있었기에 투자와 배급이 이뤄졌고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겠구나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캐스팅 전까지는 '내가 과연 만들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제가 좋아하는 분들이 기대 이상의 것들ㄱ을 보여주셨다. 베테랑 배우들이라서 그런지 다른 감독들이 할 수 없는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고 배우들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독자들의 호평을 모은 김훈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데다 '도가니' '수상한 그녀'를 통해 장르를 뛰어넘는 스토리텔링과 연출력을 선보였던 황동혁 감독이 만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묵직하면서도 힘 있는 사극 연출의 정공법으로 보다 드라마틱하게 스크린에 담아냈다는 전언이다.
황 감독은 이어 “중점을 둔 부분은 작가님이 만들어놓으신 소설 속 인물들과 남한산성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묘사였다. 읽기 힘들 정도로 가슴이 아픈 묘사들이 많았고, 두 신하의 논쟁을 읽다가 눈물이 나는 뭉클함도 있었다"며 "저는 두 가지 감정을 모두 살려서 가고 싶은 생각이었다. 역사에 최대한 가깝게 재현해내고 싶은 마음이었다”라고 소설을 영화화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퓨전 사극처럼 단어를 바꾸지 않고 옛말에 가깝게 살리기 위해 타 팩션 사극과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한겨울의 혹한을 고스란히 담아낸 '남한산성'은 두 충신의 날카로운 논쟁과 갈등을 통해 시대를 넘어 오늘날까지도 공감할 수 있는 화두를 던지며 올 추석 극장가, 남녀노소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9월 말 개봉 예정.
이병헌은 "'광해' '협녀'와 달리 정통사극이다. 단어를 표현하는 게 어려웠지만 상황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며 "시나리오를 보면서 몰랐던, 놀라운 역사에 대해 잘 알게 됐다. 지금의 정치적, 국제적인 상황과 너무 맞닿아 있는 이야기이다. 이것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작품에 대한 설명과 캐릭터를 연기한 소감을 전했다.
김윤석도 "좋은 배우들과 좋은 스태프가 모여서 만든 영화이다"라며 "저희 이외에도 복병이 숨어있는데 그 분이 나타나면 아마 더 놀라실 것 같다"고 덧붙였다./purplish@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