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앨범발매프로젝트 시즌2의 3번째 주자 알레프(Aleph)가 마침내 출격했다. 오늘(24일) 낮12시 음악사이트를 통해 이들의 첫 싱글 ‘Fall In Love Again’이 발매된 것. 알레프는 보컬의 이정재, 베이스 및 프로듀싱의 김한솔로 이뤄진 20대 2인조 밴드로 지난해 11월 결성됐다. 이들은 오는 27일 오후6시 서울 마포구 망원동 벨로주에서 새소년과 합동공연을 갖는다. 새소년 역시 앨범발매프로젝트 시즌2의 최종 6팀으로 선정됐다. [3시의 인디살롱]에서 싱글 발매를 몇시간 앞둔 알레프를 만났다.
= 앨범발매프로젝트 시즌1,2 심사위원이었는데, ‘Fall In Love Again’은 처음부터 듣기에 좋았다.
(알레프) “몰랐다. 감사드린다.”
= 그런데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봐도 팀에 대한 정보가 없더라. 심지어 멤버 이름조차도 없다. 자세한 개인 소개부터 부탁드린다.
(이정재) “알레프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이정재다. 93년 11월30일생이고, 중국과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서 군 제대를 했다. 태어난 곳은 경기 이천인데 초등학교 2학년 때 중국으로 가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미국에서 음악공연학과를 다녔다. 현재 2학년 휴학중이다. 음악은 고2 때 취미로 시작했다가 군대에서 한솔이를 만나 본격적으로 밴드를 할 생각을 하게 됐다.”
(김한솔) “베이스와 프로듀싱을 맡고 있는 김한솔이다. 93년 6월7일생이고 한국에서만 쭉 살았다. 열세살 때부터 음악에 흥미가 생겨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모두 음악을 전공했다. 그리고 군대를 갔는데 2015년 가을쯤 고등학교 친구가 자신의 후임인 정재를 소개시켜줬다. 정재를 만나고 나서 같이 팀을 하면 좋겠다 생각했다.”
= 알레프는 언제 결성했나.
(이정재) “제가 2016년 5월, 한솔이 9월에 제대했다. 팀을 만들어보자고 얘기를 나눈 것은 2016년 초부터였지만 본격적으로 ‘알레프’를 만든 것은 2016년 11월부터다.”
= 알레프가 무슨 뜻인가.
(이정재) “히브리어로 숫자 ‘1’을 뜻한다. 음악만이 아니라 행동이나 모든 것들, 저희가 하는 모든 분야에서 첫번째가 되자는 의미에서 지었다. 둘 다 장남, 첫째라서 그렇게 지은 이유도 있다.(웃음)”
= 왜 하필 히브리어인가. 그리고 찾아보니 알레프가 히브리 문자의 첫번째 글자이기도 하더라. 파울로 코엘류의 동명소설도 있고.
(이정재) “제가 원래 기독교인이기도 하지만 ‘알레프’라는 단어 자체가 멋있어 보였다. 밴드를 만들기 전부터 생각해뒀던 이름이다. 그리고 히브리문자로서 알레프는 ‘황소의 뿔’을 닮았는데 그래서 ‘힘’을 상징하기도 한다. 농경사회에서는 황소가 힘이었으니까. 파울로 코엘류 소설은 직접 읽어봤다. ‘인생은 여행이자 방랑이다’는 소설 내용이 저희가 추구하는 음악과도 일맥 상통했다. 저희도 어디에 국한되지 않고 계속 흘러가는 음악을 하고 싶다.”
= 추가 질문을 안했으면 섭섭했을 뻔했다. 박식한 것 같다.
(이정재) “음악을 안했으면 글을 썼을 것 같다. 책 읽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현재 팀 내에서도 가사쪽을 주로 맡고 있다.”
= 팀 내 역할이 그런 식으로 구분돼 있나.
(김한솔) “아니다. 공동작곡 체제다. 물론 지금까지는 정재가 가사쪽, 제가 편곡이나 녹음쪽에 신경을 써왔지만 앞으로는 좀더 단단한 공동작업을 통해 알레프적인 음악을 할 것이다.”
= 올 2월에 나온 레코드팜 컴필레이션 앨범에 알레프의 ‘No One Told Me Why’라는 곡이 실렸다.
(김한솔) “제가 군대 가기 전부터 개인적으로 (음악 오픈마켓인) 레코드팜에서 활동했었다. 그러다 알레프가 결성된 후 이 곳에 알레프 페이지를 만들어서 홍보하다가 컴필 앨범에 수록되게 됐다.”
(이정재) “소외된 사람이 자신과 당신이 행복한지 묻고 그러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치 않는다는 내용이다.”
(김한솔) “그런 내용을 잔잔한 브릿팝 컨셉에 담았다.”
= 현 소속사인 문화인에는 언제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이정재) “올 2월에 처음 얘기가 나왔고 4월에 계약을 했다. 처음에는 저희들끼리 앨범을 만들어 (인디음반 유통사인) 미러볼뮤직에 보냈는데 (미러볼뮤직과 같은 건물에 있으며 업무적 정서적으로도 지근거리에 있는) 최원민 문화인 대표님이 연락을 주셨다. 어쨌든 레이블이 생기니까 좋은 것 같다.”
(김한솔) “저희들끼리 버스킹 다니고 그랬으면 이렇게 인터뷰 자리도 없었을 것이다. 이런 기회들이 생겨 좋다. 문화인이 아티스트들한테 뭔가를 강요하는 스타일이 아닌 점도 마음에 든다.”
= 네이버 앨범발매프로젝트에는 어떻게 지원하게 됐나.(앨범발매프로젝트 시즌2는 4월17일~5월15일 접수, 6월7일 선정팀 발표, 7~9월 디지털싱글 발매 순으로 진행됐고 진행될 예정이다. 네이버가 녹음 믹싱 마스터링 뮤직비디오 앨범재킷 등 전반을 지원한다)
(이정재) “이런 프로젝트가 있다는 것을 진작 알고 있었다. 사실 시즌1 때(올 1월) 저희끼리 곡을 넣어봤는데 안됐었다. 시즌5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즌2에도 지원했는데 다행히 됐다.”
= ‘Fall In Love Again’이라는 곡으로 지원한 이유는.
(이정재) “아무래도 대중성이 가미돼야 할 것 같아서 그랬다. 이 곡은 원래 8월에 발매될 예정이었던 EP 앨범에 들어갈 곡이었다. 이 곡이 싱글로 먼저 나오는 바람에 EP 발매는 9월말쯤으로 미뤄졌다.”
= 디싱 제작과정에서 데모버전과 많이 달라졌나. 그리고 앨범 재킷 디자인은 누가 했나.
(김한솔) “녹음은 원래 저희가 홈레코딩으로 했던 버전을 그대로 썼다. 믹싱과 마스터링만 다시 했다(총괄 박권일 음악감독). 그런데 재킷 작업 과정에서 재미난 일화가 있다. 저희 둘이 만나기 전부터 서로 좋아하던 웹툰작가가 바로 ‘진눈깨비 소년’의 쥬드프라이데이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분에게 부탁을 드렸다.(앨범발매프로젝트는 아티스트가 그라폴리오 작가들 중에서 자신들과 가장 잘 맞을 것 같은 작가를 직접 선택한다)
= 재킷 아트워크 결과는 만족하나.
(김한솔) “‘Fall In Love Again’ 곡 자체가 희망적이기는 하지만 너무 밝지만은 않다. 이런 느낌을 살려달라고 부탁드렸다.”
(이정재) “어두운 색감이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이 가장 바쁘고 그러면서도 회의감이 많이 드는 상징적 공간으로서 지하철이나 역, 이런 곳이 배경이면 좋겠다고도 말씀드렸다. 지하철 플랫폼에서 두 남녀가 공허함을 채우는 듯 만나는 장면이 잘 나왔다. 반 고흐 그림 느낌이 난다.”
= 최종 완성곡을 들어보니 이전 버전과 상당히 느낌이 다르다. 사운드 톤은 물론 보컬 톤마저 윤기가 흐르는 게 매우 고급스러워졌다. 마치 데모버전이 불가마 사우나를 갔다온 느낌이다.
(김한솔) “정리된 느낌이 많이 든다.”
(이정재) “분리도와 해상도가 좀더 높아졌다. 리버브를 줄이다보니 좀더 차분해진 것 같다. 코러스 밸런스도 살아났다.”
=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들게끔 완성됐다. ’Fall In Love Again’의 리스닝 포인트를 꼽는다면.
#. You already know I wanna stay in love 그래서 난 마음먹었지 I'm fallin' fallin’ 선택은 딱히 어렵지 않으니까 / 그 시절의 나는 참 어렸나 봐 내 마음이 선택받는 게 어려운 줄도 모르고 I'm fallin fallin’ 더 이상 쉽지 않다고 느껴 / If you let me 날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그 때로 Won't you let me fall in love again / If you let me 날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그 때로 Won't you let me fall in love again / 난 증명하려 했던 거야 사랑하면 되돌려 받을 수 있단 걸 난 달아날 수 없던 거야 얼마나 힘들어질 줄 알면서도 / 여름이 지나고 겨울이 흘러서 내 맘은 예전 같지 않다고 진심을 말하고 말해도 알아주지 않는다면 사랑할 수 없다는 걸 (Fall In Love Again)
(이정재) “어렸을 때는 마음만 주면 사랑이 이뤄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마음을 주기로 한 그 대상, 그 무언가로부터 대답이나 돌아오는 게 없으면, 상호작용이 없으면 그 사랑은 이뤄질 수 없더라. 이러한 허무함과 후회, 그렇지만 이렇게 힘든 사랑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
= 반응이 좋았으면 좋겠다.
(이정재) “물론 잘 되면 더 좋겠지만 그저 저희가 음악을 오래 할 수 있는 초석 정도가 됐으면 좋겠다.”
= 27일에는 새소년과 벨로주 공연이 있다.
(김한솔) “앨벌발매프로젝트 지원작에 선정된 후 벨로주 대표님으로부터 섭외 요청이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 ‘누구랑 하고 싶나’ 물어보셔서 평소 노래가 괜찮다고 생각했던 새소년이랑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매주 합주실에서 세션들과 함께 연습중이다.”
= 레퍼토리는 충분한가.
(김한솔) “미발표곡이 10곡이 넘는다. 9월말에 ‘Fall In Love Again’을 포함해 6곡이 담긴 EP가 나올 예정이다.”
= 앞으로 어떤 음악을 들려줄 것인지 듣는 걸로 인터뷰를 마무리하자. 수고하셨다.
(이정재) “저희도 20대다 보니까 지금 세대가 느끼는 공허함과 허전함을 잘 안다. 저희 노래가 이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공감대를 형성했으면 좋겠다. 팝이나 재즈, 록 등 좀더 다양한 장르를 접목시켜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 생각이다.”
(김한솔) “어디에 국한되지 않고 좋은 음악은 다 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팝과 록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R&B나 일렉트로니컬한 요소도 접목시켜 좋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9월말에 나올 EP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 kimkwmy@naver.com
사진=민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