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연예 전문 미디어 OSEN이 현역 은퇴를 앞둔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을 위한 '이승엽에게 보내는 편지'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첫 번째 편지, 이승엽의 경북고 시절 은사인 서석진 TBC라디오 해설위원의 편지를 시작으로 매주 연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승엽이형! 전화 또는 카카오톡을 통해 항상 연락하는데 이렇게 편지 형식으로 긴 글을 적어보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어색합니다. 그래도 끝까지 읽어주셔야 합니다.
저는 아직도 믿어지질 않습니다. 제 마음 같아서는 선수 생활 몇 년 더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수 년 전부터 계획해오셨고 한 번 세운 계획은 꼭 실천하는 형의 성품을 잘 알기에 아쉽지만 은퇴 연기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 할게요.
승엽이형 하면 저에겐 좋은 기억 뿐입니다. 사실 형이랑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출신 학교도 달라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없을 줄 알았어요. 제가 삼성에서 뛸때 형은 일본에서 은퇴하실 거라 생각했는데 저에게 있어서는 2012년부터 4년간 함께 뛸 수 있어 행운이었고 선물같은 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형이 삼성에 복귀하셨을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라서 많이 망설이기도 했어요. 형이 먼저 다가와 주셔서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 통화하지 않으면 어색한 사이가 됐네요. 예전 우천취소됐던 날 승엽이형이 제 이름을 불러주셔서 우천 세러머니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 행복했었고 그립기도 하네요.
함께 원정 숙소에서 밤늦도록 수다를 떨면서 껄껄 웃었던 시간이 참 행복했어요. 현이 엄마가 그래요. 둘이서 매일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냐고. 형이랑 저랑 다정한 연인 같다고요. 그만큼 형이 편하게 대해주시고 다정하고 따뜻하게 잘 보듬어 주신 것 같습니다.
저는 형을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형의 행동 하나 하나를 보면서 '아, 이래서 국민타자구나' 하며 감탄했던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어요. 남들은 형이 최고의 자리에 서 있는 겉모습만을 보고 열광하지만 저는 형이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셨는지 때로는 그 자리에 대한 압박감이 제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그럼에도 형은 항상 흔들림없이 언제나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모습에 늘 존경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국민타자'라는 수식어가 승엽이형께 너무 잘 어울리는것 같아요.
이젠 제가 형을 보면서 배우고 느낀 것을 저의 아끼는 후배들에게도 보여주고 베풀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형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더라구요.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더 배울 점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저 또한 후배들의 귀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형을 곁에서 보면서 배우고 느낀 게 헛되지 않도록 할게요.
은퇴 경기 때 같은 유니폼을 입고 곁에서 울면서 축하해 드리고 싶었는데 한편으로는 많이 아쉽습니다. 얼마 전 기사에 마산구장에서 저를 처음 봤을때 기분이 정말 묘하고 저를 상대로 경기한다는 게 정말 이상했다는 기사를 보고 저도 모르게 울컥 했답니다. 마지막 마산 경기 때 형 만나면 형을 더 보내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형과 함께 언제나처럼 함께 같은 그라운드에서 더이상 뛰지 못한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올 것 같습니다. 지금도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형과 잔디 위에서 함께 보냈던 순간순간은 저에게 영광이었고 행복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승엽이형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은퇴 투어 끝나면 골프 투어하시면서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 문구처럼 그동안 수고하셨으니 형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셨으면 합니다. 물론 야구계를 떠나서는 안됩니다.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셔야죠.
승엽이형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From 볼수록 매력적인 동생 석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