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에서도 부정투구를 두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슈에 오른 주인공은 세이부 투수 기쿠치 유세이(26).
기쿠치는 2010년 신인드래프트 당시, 최고 155km를 던지는 좌완 투수로 일본 프로팀들은 물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세이부를 비롯한 6개팀의 1차 지명을 받았고, 추첨을 통해 세이부가 입단 교섭권을 따내 계약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12승(평균자책점 2.58)으로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했고, 올해 12승6패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 중이다.
지난 24일 세이부-소프트뱅크전에서 기쿠치는 1회 선두타자 카와시마 상대로 초구를 던질 때, 이중 모션으로 부정투구를 선언당했다. 지난 17일 라쿠텐전에 이어 2경기 이중 모션에 의한 부정투구를 지적받았다. 라쿠텐전에서는 심판이 두 차례나 부정투구를 판정했다.
일본프로야구 야구규칙은 KBO와 크게 다르지 않다. "타자에게 투구에 관련된 동작을 일으킨다면 중도에 멈추거나 변경하거나 하지 않고 그 투구를 완료해야 한다. 이중동작은 투구의 중단에 해당하는 부정투구로 간주된다." NPB는 2005시즌을 마치고 이중동작의 금지를 결정했고, 2006시즌부터 엄격해졌다. 2014년 오승환이 일본 한신에 진출했을 때, 특유의 왼발 한 번 끊어서 내딛는 동작을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심판진들의 유권해석을 받아 문제없었다.
기쿠치는 라쿠텐전을 마치고 "판정에 따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스프링캠프에서 이미 (내 투구폼을) 확인하고 괜찮다고 해서 던지고 있는데, 왜 8월인 지금에서야 지적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소프트뱅크전까지 2경기 연속 부정투구를 지적당하자, 기쿠치는 "지적받은 세트포지션 투구 폼을 어렵지만 개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정투구를 처음 선언당한 라쿠텐전에서는 9이닝 2피안타 완봉승을 거둔 기쿠치는 24일 소프트뱅크전에선 3이닝 7실점으로 올 시즌 최악의 기록을 남겼다.
세이부의 쓰지 하쓰히코 감독은 "심판이 갑자기 부정투구를 선언하고 있다. 다른 경기에서도 그랬는가"라며 "기쿠치는 이전보다 (오른발 상승폭을) 작게 하고 있다. 저것을 지적하면 모든 투수들이 해당된다"고 심판 판정에 못마땅한 반응을 보였다.
세이부 구단은 소프트뱅크전 이후 '이중 동작이 기쿠치 뿐이냐'는 문의를 담은 의견서를 일본야구기구(NPB)에 제출할 의향도 드러냈다.
라쿠텐전 심판은 세트 포지션에서 오른발을 올릴 때 한 번 정지하고 다시 올리는 동작을 이중동작으로 판단했다. 소프트뱅크전 심판은 기쿠치의 부정투구에 대해 "투구시 일련의 연결 동작이 아니라 오른발이 이중 모션이었다"며 "4월부터 영상은 볼 수 있지만, 분명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NPB의 마사토 토모코 심판위원장은 25일 "기쿠치의 이중 모션에 의한 부정 투구에 대해 사전에 여러번 주의깊게 관찰했다. 스프링캠프와 시즌 초반에는 투구폼에 문제가 없었다. 6월 중순~7월부터 심판들로부터 기쿠치의 이중동작이 조금 문제가 된다는 보고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17일 라쿠텐전에서는 심판이 1회 투구를 유심히 지켜본 후 기쿠치에게 주의를 줬고, 2회 개선되지 않아 부정 투구를 두 차례 지적했다"며 "왜 지금 지적하느냐가 아니라 4~5월과 비교해 조금씩 변했기에 부정투구로 선언했다"고 덧붙였다.
/orange@osen.co.kr [사진] 세이부 구단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