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로 나가면 더 잘할 것이다".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이 이달초 내야수 오선진(28)에 대해 한 말이다. 이상군 감독대행은 "오선진은 야구를 예쁘게 하는 스타일이다. 수비는 내야 어느 포지션에서든 깔끔하고, 방망이도 경기에 나가면 감이 올라올 것이다. 경기에 나갈 기회가 많지 않다 보니 그 자리에 머물러있는 것이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기대가 실현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올 시즌 대부분 시간을 2군에서 보내며 1군에서도 선발 기회가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이달초부터 정근우·송광민·하주석 등 주전 내야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빠질 때마다 오선진이 빈자리를 메웠다. 선발출장 기회를 늘어나자 오선진의 잠재력이 터졌다.
8월 17경기 중 13경기를 선발출장한 오선진은 51타수 20안타 타율 3할9푼2리 1홈런 9타점 7득점 3볼넷 5삼진 OPS .929를 기록 중이다. 3안타 4경기 포함 멀티히트가 8경기나 된다. 최근에는 1번타자로 자리 잡았고, 4경기 연속 멀티히트 행진 중이다. 수비에서도 내야 전 포지션을 보며 실책이 하나도 없다.
오선진은 "경기에 자주 나가다 보니 좋은 점이 많다. 빠른 공이든 변화구든 경기에서 많이 보니 몸의 반응이 다르다"고 말했다. 25일 대전 KIA전에선 4년만의 홈런을 8회 결승 스리런 홈런으로 장식했다. 스스로도 "찬스에서 말도 안 되는 타구가 나와 나 역시 놀랐다. 얼떨떨하다"며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지난 2008년 한화에 입단한 오선진은 고졸 신인으로 데뷔 첫 해부터 1군 백업으로 기회를 얻었다. 당시 김인식 감독의 그의 수비력을 높이 사 백업으로 활용했다. 2012년에는 주전 3루수로 도약하며 110경기 타율 2할6푼3리 105안타 3홈런 41타점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당시에는 투고타저 시즌이었다. 내야 전 포지션이 가능한 수비까지, 그를 탐내는 팀들이 많았다.
지난해 군목무를 마치고 팀에 돌아온 오선진이었지만 1군에서 기회가 마땅치 않았다. 오선진의 가능성을 눈여겨 본 몇몇 팀들이 한화에 트레이드를 요청하기도 했다. 올해도 모구단에서 오선진에게 관심을 보였지만 그때마다 한화는 거절했다. 오선진의 가능성을 믿고 기다렸고, 이제야 그 보람을 느끼고 있다.
오선진은 "지금이 나에겐 기회다. 올 시즌은 30경기밖에 남지 않았지만, 내년이 있다. 앞으로 계속 야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뭔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오선진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선수'란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다"며 "수비는 어느 포지션이든 괜찮다. 지금까지 수비 포지션을 여기저기 자주 옮기면서 뛰었기 때문에 힘든 것은 없다. 지금 감을 계속 이어가 남은 시즌 마무리를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