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G 타율 0.522' 오태곤, 윈윈 트레이드 완성하나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8.26 12: 59

"연패만 끊을 수 있다면 뭣이 중할까요".
비 내리던 8월초 수원 kt위즈파크. 타격 훈련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오태곤(26)은 기자에게 "오늘 비가 오나"라고 물었다. 예보상에는 오후부터 빗줄기가 거세지는 상황.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오태곤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경기 선발 라인업에 오태곤의 이름은 빠져있던 상황. 그에게 "선발로 못 나가니 경기가 취소돼도 아쉬움이 덜하겠다"라고 반문했다. 그러자 오태곤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선발이든 벤치든 팀이 이길 수 있다면 뭣이 중할까"라고 답한 뒤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올 시즌 초 롯데에서 kt로 소속을 옮긴 오태곤은 시즌 초반만 해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이적 후 첫 32경기서 타율 2할4푼5리(98타수 24안타), 2홈런, 7타점에 그쳤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646에 불과했다.
오태곤은 출장 기회가 다소 줄어들기 시작한 6월 23경기서 타율 3할6리(49타수 15안타), 1홈런, 9타점으로 조금씩 기지개를 켜는 듯했다. 하지만 남은 전반기 7경기를 타율 2할6푼3리, 1타점으로 마쳤다. 오태곤의 전반기 성적은 75경기 타율 2할4푼9리, 4홈런, 21타점.
늘 선수 칭찬을 아끼지 않는 김진욱 kt 감독은 오태곤에게 유달리 후했다. 김 감독은 "(오)태곤이의 스윙이 점차 좋아지고 있다. 이제 수싸움도 괜찮다"라고 오태곤을 칭찬했다.
정작 오태곤은 김진욱 감독에게 늘 미안함을 강조했다. 오태곤은 "트레이드라는 건 당연히 일정 수준 이상의 기대를 걸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감독님께서 이적 후 기회를 꾸준히 주시는데 기대에 부응을 못하고 있다. 차마 눈을 못 마주칠 것 같아 피해 다닌다"라며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이제 오태곤은 김진욱 감독과 주저없는 '아이컨택'이 가능할 만하다. '기대에 부응 못하고 있다'던 성적이 확 뛰었기 때문이다. 오태곤은 후반기 31경기서 타율 3할2푼6리(89타수 29안타), 2홈런, 9타점을 기록 중이다. 최근 6경기로 범위를 좁히면 더욱 뜨겁다. 오태곤은 6경기 타율 5할2푼2리(23타수 12안타), 3타점, 3득점으로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특히 23일 수원 한화전에서는 '인생 경기'를 선보였다. 주로 하위타선에 배치됐던 오태곤은 이날 2번타자 겸 1루수로 선발출장했다. 오태곤은 6타수 5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팀 공격 첨병 노릇을 톡톡히 했다. 팀이 연장 접전 끝에 9-10으로 분패하며 오태곤의 기록은 주목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타격감이 절정에 달했음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오태곤이 한 경기 5안타를 기록한 건 처음이 아니다. 그는 롯데 시절이던 2015년 5월 23일 사직 LG전서 5타수 5안타(3홈런) 7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미완의 대기였던 오태곤의 이름이 야구팬들 사이 처음 각인된 순간이다. 이날 이후 처음으로 한 경기 5안타. 그때만큼 감이 뜨겁다는 반증이다.
오태곤은 기본적으로 1루와 3루를 모두 맡을 수 있는 자원이다. 타순 역시 상하위 모두 가리지 않는다. 7월초 윤석민의 합류로 자리를 잃는 듯했지만 꾸준히 경기에 나서는 것도 이처럼 다양한 활용성 덕분이다.
오태곤이 kt로 건너오며 반대급부로 장시환이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장시환은 kt의 필승조로 주저없이 꼽히던 선수다. 때문에 트레이드 발표 직후 의아한 시선이 가득했다. 얼마간은 그러한 시각이 힘을 받는 듯했다. 하지만 오태곤의 이러한 상승세라면 트레이드 손익을 다시 계산해도 좋을 듯하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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