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을 자극하는 짜릿한 수사담으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고 있는 tvN ‘크리미널마인드’(극본 홍승현/ 연출 양윤호)가 매 사건 해결 후 NCI 요원들이 전하는 메시지로 긴 여운을 새기고 있다. 이에 시청자들의 가슴을 파고든 명언을 짚어봤다.
# 악을 행하는데 초월적 존재를 끌어들일 필요는 없다. 인간은 독자적으로 모든 악행이 가능하니까. - 조셉 콘라드
김현준(이준기 분)이 합류하며 완전체를 이룬 NCI가 맡은 첫 사건인 여성 연쇄살인에서 용의자 박재민(장동주 분)은 공범인 보호감찰관 안상철(김인권 분)을 필사적으로 보호해 의아함을 증폭시켰다. 박재민에게 있어 안상철은 괴롭힘을 당하던 자신을 대신해 복수해준 은인과도 같은 존재였기 때문. NCI의 예리한 프로파일로 결국 안상철의 존재가 드러나며 검거에 성공했다. 강기형(손현주 분)이 담담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읊는 조셉 콘라드의 전언은 박재민과 안상철의 파국으로 치닫고 만 삐뚤어진 신뢰 관계를 투영했다.
# 만약 악마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건 인간이 악마를 대신하기 때문이다. - 도스토옙스키
NCI가 쫓던 희대의 살인마 리퍼(김원해 분)는 강기형의 아내 서혜원(오연수 분)을 잔혹하게 살인해 보는 이들을 경악케 했다. 뿐만 아니라 리퍼는 강기형과 통화 도중 한 치의 자비도 없이 서혜원을 향해 방아쇠를 당겨 그녀가 죽는 순간을 똑똑히 듣게 했다. 또한 마지막까지 강기형의 아들까지 손아귀에 쥐고 쥐락펴락하는 그의 잔인한 본성은 모두를 충격에 빠트렸다. “만약 악마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건 인간이 악마를 대신하기 때문이다”라는 하선우(문채원 분)의 말처럼 리퍼는 살아 있는 악마 그 자체를 대변했다.
# 때로 신념은 거짓말보다 더 큰 세상의 적이 된다. - 니체
무고한 시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변종 바이러스 테러는 한 시라도 빨리 범인을 잡지 않으면 대한민국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었기에 더욱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자신이 품은 원대한 포부가 묵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와 국민들을 겨냥, 무차별적인 테러를 감행한 테러범은 신념에 눈이 어두워져 제대로 된 사리분별력을 잃어버린 터. 이와 같이 한 인간이 삐뚤어진 신념에 사로잡혔을 때 가져올 수 있는 최악의 결과를 눈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 악한 행위를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은 물론 자신에게 더 큰 상처를 입힌다. - 소크라테스
여성들만을 골라 납치, 살해 후 그들이 고문당하는 영상을 가족에게 보내는 극악무도한 살인범의 정체는 바로 가련한 얼굴로 모두를 속인 용의자의 아내 송유경(임수향 분)이었다. 새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어머니에게 외면 받았던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인해 살인귀가 되어버린 불행한 사연이 숨겨져 있었지만 그것이 범죄를 절대 정당화 시킬 수는 없는 법. 이를 극복치 못한 그녀는 많은 이들에게 고통을 안겨줬을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조차 망치는 파멸의 길에 빠져드는 것으로 소크라테스의 교훈을 증명했다.
이처럼 ‘크리미널마인드’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며 용서받을 수도 극악무도한 사건을 투사한 명언으로 인간, 그리고 삶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매번 끔찍한 사건 현장을 마주해야 하는 NCI 요원들의 고단한 일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계속 해야 하는 일이기에 더욱 아이러니함을 자아내는 것.
이들이 사건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담아낸 명언들은 드라마가 끝나도 이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과 동시에 ‘크리미널마인드’를 상징하는 시그니처로 시청자들에게 쉬이 가시지 않는 잔상을 남기고 있다.
한편 매회 예측할 수 없는 사건 전개로 추리 본능을 일깨우고 있는 ‘크리미널마인드’는 매주 수, 목요일 밤 10시50분 방송된다. / nahee@osen.co.kr
[사진]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