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은 외모에서부터 강렬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배우이다. 그런 그가 영화 ‘브이아이피’(감독 박훈정)에서 실로 '美친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우리가 매번 만나왔던 그 장동건이 아닌 새로운 장동건이다. 대체 불가능하다라는 수식어로 그간의 스펙트럼을 끌고 들어왔다.
누군가 말했다. 얼굴이 잘생겨서 연기가 묻힌다고. 물론 외모가 전 세대 배우들을 통틀어 ‘반박 불가’하긴 하지만, 외모만큼 깊이 있는 캐릭터 해석력과 표현력을 갖췄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어쩌면 보통의 배우들과는 차별화된 이러한 매력이야말로 마흔 살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오히려 비교 우위의 카리스마를 굳건히 뿌리내리게 한 원동력일지도 모르겠다.
장동건은 ‘브이아이피’에서 지극히 현실적인 회사원 박재혁의 면모를 보여줬다. 국정원 일급요원이긴 하지만 상사에게 혼나고, 부하직원에게 치이는 고달픈 직장인의 삶을 제대로 그렸다. 평범하지 않은 얼굴을 평범하기 보이기 위해 검정색 뿔테 안경을 썼고, 의상이나 헤어 스타일에서도 힘을 뺐다.
재혁은 조직에서 퇴출당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며 임무와 정의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다. 초반에는 냉철하지만 경찰 채이도(김명민 분)와 북한 보안성 요원 리대범(박희순 분)을 만나 지키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달라지기 시작한다. 반드시 지켜야 할 것들을 위해 마음도 다잡고 다시 총도 잡는다.
장동건은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제가 원랴 안경이 잘 안 어울리는데 50개 정도를 써보면서 그나마 어울리는 것을 찾았다”고 박재혁 캐릭터를 위해 노력한 부분을 전했다. 재혁을 연기하면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무엇보다 완벽하게 평범해야 했던 것이다. 특히나 심경의 변화를 겪은 재혁이 총을 들고 북한의 V.I.P 김광일(이종석 분)을 비장한 각오로 찾는 모습은 느와르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남성성에 잘 어울렸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슈트빨’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베스트 드레서 장동건. 하지만 이런 외면적인 모습만으로 장동건을 이야기하다 보면 자칫 그를 오해할 수도 있다. 올해로 어느새 25년이 된 배우는 인터뷰 내내 자신만의 색깔과 대중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고 특히 배우로선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브이아이피’에서 장동건이 연기한 박재혁은 평범하게 보이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은 인물이다. 다시 태어나는 계기를 맞으며 변화의 상징을 담당하는 것이다. 김광일과 재회하면서 드러난 부활의 얼굴은 장동건의 카리스마 넘치는 잘생긴 외모를 재차 각인시킨다./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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