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섭의 BASE]'ML 커리어'에 2번 발등찍힌 LG, 부메랑 맞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7.08.30 06: 00

2015년 ML 614경기 한나한, 100만 달러→32경기 후 부상 퇴출
2017년 ML 1443경기 로니, 교체 영입→23경기 후 2군행 거부 출국
 믿을 것은 커리어라고 했는데, 믿는 커리어에 발등을 제대로 찍혔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최근 LG의 외국인 타자 선택 키워드는 ML 커리어, 하지만 두 차례나 황망한 실패로 끝났다. 불안 요소가 있었지만, ML 커리어를 보고 선택했고 결과는 '꽝'이었다.

LG는 29일 "외국인 타자 제임스 로니의 임의탈퇴 공시를 신청한다"며 "로니는 구단의 1군 엔트리 말소 조치에 불만을 품고 27일 미국으로 돌아갔고, 구단은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 KBO에 임의탈퇴 공시 신청을 한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힘겨운 5위 경쟁을 하고 있는 와중에 터진 뜬금없는 '임의탈퇴'였다. 코칭스태프의 2군행 통보에 불만을 품고 무단 이탈을 한 것. 한국야구를 깔보고 무시하는 심리도 깔린 돌출 행동이다.
지난 7월말, LG는 로니를 총액 35만 달러에 히메네스의 대체 용병으로 영입했다. 경력만 보면 역대 최고 외국인 타자로 손색이 없었다. 로니는 2002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9번으로 LA 다저스의 지명을 받은 초특급 유망주 출신이다.
메이저리그에서 11시즌을 뛰며 1443경기 1425안타 타율 2할8푼4리 108홈런 669타점, KBO리그에 입성한 외국인 타자 중 최고 수준이었다. 2014년 탬파베이와 3년 2100만 달러(약 236억 원) 계약을 맺었고, 지난해는 뉴욕 메츠에서 100경기를 뛰었다. 지난해 연봉은 966만6667달러(약 109억)였다. 
그러나 로니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올해 1월 텍사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가 스프링캠프 막바지인 3월말 방출(46타수 8안타, 타율 .174)됐다. 4월 중순 디트로이트와 마이너 계약을 맺고는 5월초 방출(트리플A 16경기 타율 .229), 5월 중순 애틀랜타와 마이너 계약 후 5일 만에 재방출(트리플A 2경기 타율 .143)됐다. 5개월 동안 3팀이 퇴짜를 놓은 것은 분명 결점이 있다. 짧은 시간에 기량은 급락했다.  
두 달 넘게 실전 공백이 있었지만, 양상문 LG 감독은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보고 데려왔다. 커리어로 빨리 한국 야구에 적응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전혀 엉뚱한 결과로 파국을 맞이했다. 로니의 성적은 23경기에서 타율 2할7푼8리 3홈런 12타점 장타율 0.456. 코칭스태프는 로니가 2군에서 잠시 빠른 공 적응력을 키우고 훈련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느꼈지만, 로니는 ML 경력의 자존심으로 2군행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ML 커리어'에 크게 실패한 것을 되풀이했다. LG는 2015시즌 외국인 타자로 잭 한나한과 100만 달러에 계약했다. 한나한은 2014시즌까지 신시내티에서 뛴 선수. 로니와 비슷한 케이스였다. 
2001년 드래프트 3라운드로 디트로이트의 지명을 받았고, 2006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2014년까지 8시즌 동안 디트로이트, 오클랜드, 시애틀, 클리블랜드, 신시내티에서 뛰었다. (클리블랜드와 신시내티에선 추신수와 함께 뛴 인연도 있다)
메이저리그 통산 614경기에서 381안타 타율 2할3푼1리 29홈런 175타점 167득점 OPS .660을 기록했다. 타격보다는 '3루 수비'에 강점이 있는 선수였지만, ML 커리어는 대단했다.
그런데 불안요소는 있었다. 한나한은 2013시즌을 마치고 오른쪽 어깨 관절와순 파열로 수술을 받았고, 2014년 7월에 복귀한 뒤로는 1루수와 지명타자로만 출장했다. 복귀 후 26경기에서 타율 1할8푼8리.
신시내티는 2012시즌을 마치고 한나한과 2+1년 계약을 했지만, 2014시즌이 끝나자 1년 옵션을 실행하지 않고 200만 달러의 바이아웃 금액을 지불하면서 한나한을 방출했다. 수술 복귀 이후 성적과 몸 상태를 보고 아니라고 판단한 것. 
하지만 LG는 "어깨 수술은 알고 있었고, 문제없다. 공수를 갖춘 3루수로 선택했다"며 100만 달러를 안겼다. 한나한은 신시내티의 위로금 200만 달러를 받은데다, LG로부터 100만 달러를 쥐었다. 미국 현지 언론은 한나한의 몸 상태를 의심했다. 
한나한은 2월 스프링캠프에서 종아리 부상을 당해 우려가 현실이 됐고, 5월에야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32경기(1루수 13경기)에서 타율 3할2푼7리 4홈런 22타점으로 반짝 활약을 했으나, 다시 허리 부상으로 이탈했다. 결국 부상으로 1군보다는 재활군에서 긴 시간을 보낸 한나한은 2015년 6월 중순 퇴출됐다. 주로 지명타자로 출장하고 '3루수'로는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채.
화려한 ML 커리어는 큰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러나 정점에서 내려온(결함요소를 지닌) 선수는 뚜렷한 동기부여가 없을 수도 있다. LG가 로니의 계약 발표(35만 달러)를 하자, 한 해설위원은 "로니가 그 돈 받고 왜 LG에, 한국에 온 걸까요"라고 반문했다. KBO리그에서 용병다운 절실한 모습을 보여줄지 의문이었다.
이미 큰 돈을 벌어놔 크게 아쉬울 것 없는 처지, 아무리 ML 커리어가 화려하다해도 예전 같지 않은 몸 상태로 금방 적응할 만큼 KBO리그는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오히려 주로 트리플A에서 뛰다 온 선수들이 기량 발전과 함께 큰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많은 편이다. 성공 의지, 동기 부여 측면에서 그렇다.
LG는 최근의 몸 상태를 간과하고, ML 커리어에 혹해서 뼈아픈 실패를 두 차례나 경험했다. 2015년 한나한의 대실패를 겪은 LG는 결국 9위라는 역대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시즌 막판 '로니 해프닝'을 겪은 LG는 29일 한화에 패하며, 5위 넥센과 2경기 차이로 벌어졌다. 돈은 돈대로 쓰고 '가을야구' 희망에 악영향만 끼쳤다.
앞으로 세 번째 같은 실패는 없어야 한다. /orange@osen.co.kr
[사진] 첫 번째는 LG 외국인 타자 로니-한나한(오른쪽). 두 번째는 2015시즌 용병 한나한. 아래는 2군행 통보에 미국으로 도망간 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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