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했던 원정길이었다. 악재들이 총집합했다. 질 것 같지 않았던 파죽지세의 롯데 자이언츠에 연승 후유증이 찾아오는 것일까. 롯데의 후반기 다시 한 번, 위기가 찾아왔다.
롯데는 지난 29일 잠실 두산전 접전 끝에 5-7로 재역전패를 당했다. 두 번의 5연승과 한 차례의 6연승을 달리며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펼쳤던 롯데가 지난 1~3일 잠실 LG 3연전 스윕패 이후 처음으로 연패에 빠졌다.
롯데의 경기력 자체가 이전과는 달랐다. 선발 브룩스 레일리는 이전 등판의 기세를 잇지 못하고 6이닝 4실점으로 다소 난조를 보였다. 그리고 연승 기간 중 탄탄한 수비를 자랑했던 내야진이 삐걱거리면서 패배를 마주해야 했다.
3회말 2사 2루에서 김재환의 유격수 방면 타구를 문규현이 다이빙 캐치로 막아냈지만 다소 늦은 후속 동작이 이어지며 실점과 동시에 2루타를 내주게 됐다. 이후 롯데는 민병헌에 2타점 2루타까지 얻어맞으면서 1-4로 끌려가는 경기를 펼치게 됐다.
이후 타선의 분전으로 5-4 역전에 성공했지만 문제의 7회말, 5-5 동점이 된 뒤 1사 만루에서는 문규현이 민병헌의 땅볼 타구를 병살로 연결하는 대신 홈으로 뿌리면서 이닝이 마무리 되지 못했다. 홈에서 아웃카운트가 추가됐지만 이닝 종료의 기회를 놓쳤다. 그리고 포수 강민호가 3루에 도달하지 못한 2루 주자를 잡기 위해 3루로 공을 던졌지만 이닝은 이어졌고 폭투로 1점을 더 실점하고 말았다. 롯데의 수비 과정을 칭찬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7회말 3루 상황에서 판정을 내리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박근영 3루심의 첫 판정은 아웃이었다. 그러나 전형도 3루 코치와 김재환이 비디오판독 요청을 하자, 박근영 3루심은 다시 판정을 번복해 세이프로 번복했다.
결국 이 판정 번복으로 인해 조원우 감독이 장시간 항의를 했지만 판정은 다시 뒤집어지지 않았고, 비디오판독 요청 역시 이 항의로 비디오판독 요청 제한 시간(30초)을 넘기며 묵살됐다. 조원우 감독은 이날 박진형-조정훈-이명우-배장호-김유영 등 필승조 투수들을 모조리 쏟아 부었다. 필승에 대한 의지를 다진 것이었다. 그러나 8회말 1점을 더 헌납하면서 끝내 넘어간 분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롯데가 후반기, 23승12패1무(승률 0.657), 8월 17승8패의 고공행진을 벌이는 원동력에는 높은 마운드, 그리고 탄탄한 수비진과 높은 경기 집중력, 경기 후반 밀도가 더 높아지는 타선 응집력 등이 결합되어 있었다.
그러나 어수선했던 경기력에 더해서 석연찮은 심판 판정으로 인해 막판 경기 집중력까지 뚝 떨어졌다. 비디오 판독이 성사되어 판덩이 바뀌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지만 다른 해석의 여지를 심판진이 줬다는 것 자체가 롯데에겐 억울할 법한 상황이었다. 악재들이 모두 터진 경기였다. 특히나 올해 롯데는 심판 판정으로 억울한 경험을 여러차례 했던 팀이기도 했다. 지난 7월20일 울산 삼성전에서는 손아섭의 홈런 오독 파동으로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기도 했다.
4위 사수를 위한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에 구단 측 역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심판 판정 때문에 불이익을 당한 게 한 두 차례가 아니다”며 격양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하소연 할 곳이 없는 상황이기에 더욱 답답하다.
분위기에 좌우되는 팀 컬러 상 이번 연패가 큰 데미지로 다가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기나 긴 연승으로 인해 느껴지지 않았던 피로도가 이번 연패로 인해 급격하게 찾아올 수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경기력 외적인 이슈가 남긴 내상이 선수들에게 영향을 주는 상황이다.
과연 롯데는 연승 후유증을 단기간에 끝내고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막판 스퍼트를 펼쳐야 하는 시점이지만, 22경기가 남은 시점에서 가을야구의 최대 고비를 맞이하게 됐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