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BO리그 최고 마무리투수는 롯데 손승락(35)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하지만 후반기 성적만 놓고 보면 한화 정우람(32)도 그에 못지않다. 특히 8월에는 0점대 평균자책점으로 가공할 만한 위력을 떨치고 있다.
정우람은 지난 29일 대전 LG전에서 5-3으로 앞선 8회 2사 2루에서 구원등판했다. 대타 백창수에게 우중간 1타점 2루타를 맞아 승계주자를 실점으로 연결했지만 후속 타자 강승호를 헛스윙 삼진 잡고 동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9회에는 삼진 1개를 포함해 삼자범퇴 요리. 시즌 23번째 세이브였다.
정우람은 후반기 13경기에서 2승1패7세이브 평균장책점 1.32를 기록 중이다. 후반기 20경기에 나와 최다 15세이브를 쓸어담은 손승락(1.89)보다 평균자책점이 더 낮다. 8월에는 그보다 더 압도적이다. 9경기 10이닝 8피안타 2볼넷 16탈삼진 1실점, 평균자책점 0.90으로 완벽에 가깝다.
전반기에도 정우람은 37경기에서 4승3패16세이브를 올렸지만 블론세이브 3개에 평균자책점은 3.29로 명성에 비해서는 다소 높았다. 그런데 후반기에는 블론세이브가 1개밖에 없고, 평균자책점은 절반 이상 낮췄다. 들쑥날쑥 불규칙적인 등판기회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후반기 정우람은 보다 공격적인 투구를 하고 있다. 주무기 체인지업보다 직구를 과감하게 승부구로 쓰며 재미를 보고 있다. 직구 구사비율이 지난해 53.2%에서 올해 62.0%로 상승했다. 8월에 잡은 삼진 16개의 결정구 모두 직구였고, 그 중 12개가 헛스윙 삼진이었다. 최고 구속은 145km까지 올라왔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정우람은 "직구 구속은 똑같다. 너무 세게 던져 손목이 아프긴 하다"고 너스레를 떨며 "훈련방법에 약간 변화를 줬다. 몸 상태가 어렸을 때와 다르고, 지금 내게 맞는 운동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있다.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일 수 있을지 고민하다 보니 결과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볼 스피드로 승부하는 투수가 아니었던 만큼 역효과가 나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한층 더 견고해진 모습이다.
10년 넘게 구원투수로 롱런하고 있는 정우람에겐 여러 기록들도 따라오고 있다. 지난 25일 대전 KIA전에서 KBO리그 사상 두 번째 100홀드·100세이브 기록을 달성한 데 이어 29일에는 역대 3번째 8년 연속 50경기 등판 기록을 세웠다.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은 "루틴이 있는 선발과 달리 매일 불펜에서 대기하며 상황에 따라 못 나가는 불규칙한 환경에서 대단한 기록을 달성했다. 앞으로 1000경기까지 등판할 것이다"고 칭찬했다.
정우람은 "팀 성적이 좋지 않은데 개인기록으로 주목받고 싶지 않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비록 한화는 올해도 가을야구가 어려워졌지만, 적어도 이기는 경기에서 8~9회는 안심하며 본다. 정우람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