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악연이다. 올 시즌 롯데와 KBO 심판진들의 관계다. 유난히 롯데와 관련된 논란의 판정이 잇따르고 있다. 롯데는 매번 판정 결과에서 안 좋은 결과를 받았다. 결정적인 오심도 있었다.
롯데는 29일 잠실 두산전에서 4-4 동점인 7회 1사 만루에서 민병헌의 유격수 땅볼 타구 때 유격수-포수-3루수로 이어지는 병살 플레이를 시도했다. 3루심 박근영 심판이 아웃을 선언했다. 하지만 3루주자 김재환이 비디오판독 요청 사인을 벤치로 보내자, 판정 실수를 인정하고 세이프로 번복했다.
그러자 조원우 롯데 감독이 나와 판정 번복에 항의했다. 이어서 비디오판독을 요청하자, 요청 시간(30초)이 지났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경기 재개 후 두산은 5-4로 역전했고, 승리했다.
심판진의 경기 운영이 아쉬웠다. 조 감독은 8분 가량 항의했지만, 심판진은 조원우 감독에게 퇴장을 명령하진 않았다. 5분을 초과하면 퇴장이다. 비디오판독 거부는 엄격하게 시간을 따졌지만, 퇴장 선언은 그냥 슬쩍 넘어간 것이다. 심판진의 이중잣대다. 후반기 뜨거운 두산-롯데의 맞대결, 승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상황. 항의시간을 고려해 비디오판독을 받아들이는 융통성을 발휘했다면 훨씬 경기 진행이 원활했을 것이다.
롯데는 4월 29일 잠실 두산전에서 4회 이대호가 퇴장 선언을 당하며 심판과의 악연이 시작됐다. 이대호는 홈플레이트 근처를 맞고 튕긴 타구를 파울이라고 어필했고, 심판은 페어라고 선언해 태그 아웃됐다. 이대호와 조원우 감독 등이 항의했고, 심판은 이대호를 향해 '판정에 불만을 품고 과격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퇴장 선언했다. 이날 역시 심판진의 운영의 묘가 아쉬운 장면이었다. (롯데는 3-0으로 앞서다 3-5로 역전패했다)
이후 석연찮은 판정이 롯데전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다. 5월 3일 수원 kt전에선 1루 수비방해를 두고 어필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kt 오태곤이 4회 1사 만루에서 3루수 땅볼을 때렸고, 롯데는 3루수-포수-1루수로 더블 플레이를 시도하다 1루 악송구가 일어났다. 타자주자 오태곤이 수비를 방해하기 위해 스리피트 라인을 벗어났다고 항의했으나 기각됐다. 2-0으로 앞서다 4회 2-4로 역전됐고, 최종 스코어는 2-8 패배였다.
5월 5일 사직 KIA전에선 3-3 동점인 연장 10회초 무사 1,2루에서 KIA 서동욱의 번트 타구는 1루에서 아웃 판정이 됐다. KIA는 비디오판독을 신청했고, TV리플레이로도 애매한 장면은 무려 8분이 지나서야 세이프로 번복됐다. 롯데 선수들은 비를 맞으며 기다렸고, 재개 후 2실점하며 3-5로 패했다.
이후 3분 정도 지나도 비디오판독이 명확하지 않으면 원심을 따르고, 비디오판독에 시간 제한을 두자는 현장 의견이 개진됐다.
5월 21일 잠실 LG전에선 투수 박진형이 미묘한 동작으로 보크 판정을 받았다. 심판진은 박진형이 세트포지션에서 미세하게 어깨를 들썩이며 연결 동작이 끊겼다고 이중동작으로 선언했다. TV리플레이로 봐도 명확하지 않는 장면이었다. 문제는 1-0으로 앞선 2사 1,3루 상황에서 보크 판정이 나와 1-1 동점이 됐다. 결국 롯데는 3-4로 역전패했다.
7월 20일 울산 삼성전에선 결정적인 비디오판독 '오독'으로 홈런을 도둑맞았다. 1-3으로 뒤진 3회 손아섭이 좌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홈런을 때렸다. 원심은 홈런 판정. 삼성측이 비디오판독을 요청했고, 2루타로 번복됐다.
노란색 홈런 라인 뒤의 철제 펜스를 맞고 그라운드로 들어왔는데, 문수구장 펜스의 이중 구조물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비디오판독 센터에선 2루타로 오심을 내렸다. KBO는 해당 판정이 '오독'이었음을 인정했고, 판독센터장에게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롯데는 이날 4-4로 비겼고, 오심이 아니었다면 1승을 챙겼을 것이다.
이처럼 굵직한 판정 논란만 해도 한 손으로 꼽기에는 넘친다. 매번 경기는 패배로 끝나 롯데로선 두고두고 뇌리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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