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해석 공방' 잠실의 7회말이 길었던 이유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7.08.30 06: 16

약 8분 간의 경기 중단. 롯데 조원우 감독의 격렬한 항의. 잠실의 7회말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는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팀간 14차전 맞대결을 펼쳤다.
두 팀 모두 후반기 기세를 한껏 올리고 있었다. 두산은 8월 한 달 동안 18승 1무 5패로 0.783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었고, 롯데 역시 0.708(17승 7패)의 승률로 거침없이 승리를 쌓아갔다.

상승세의 두 팀이 경기답게 경기는 팽팽하게 흘렀다. 1회부터 한 점씩 주고 받았고, 두산이 3회 3점을 내자 롯데는 5회와 7회 각각 두 점씩을 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두산은 4-5로 뒤진 가운데 7회말 선두타자 류지혁이 솔로 홈런을 날리면서 균형을 맞췄다. 그리고 이후 박진형의 제구가 흔들리면서 두산은 연속 볼넷을 골라내며 1사 만루 찬스를 얻어냈다.
문제는 이후 장면이었다. 타석에 들어선 민병헌은 바뀐 투수 조정훈의 공을 받아쳐 유격수 앞 땅볼을 날렸다. 유격수 문규현은 홈으로 던져 3루 주자를 잡았다. 포수 강민호는 다시 3루로 송구해 2루 주자를 잡으려 했다. 3루심을 아웃을 선언했다. 김재환이 펄쩍 뛰며 강하게 세이프를 주장, 벤치에 비디오 판독 요청을 부탁했다.
그런데 이 때. 세이프를 내린 박근영 3루심은 자신이 실수했다며 세이프로 판정을 정정했다. 포스아웃 상황에서 3루수 김동한의 발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뒤늦게나마 인지하고 판정을 번복한 것이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갑작스럽게 바뀐 판정에 벤치를 박차고 나왔다. 비디오 판독 없이 선수의 항의로 판정이 바뀐 만큼 조원우 감독으로서도 의아한 상황일 수 밖에 없었다. 조원우 감독은 최초 판정에 항의를 하다 비디오판독 요청을 했다. 그러나 조원우 감독의 비디오 판독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청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다.
KBO리그 규정 제 28조 '비디오 판독'에 따르면 "감독은 심판판정 후 30초 이내에 비디오 판독을 구두로 심판에게 신청하여 한다"고 돼있다. 조원우 감독은 약 8분에 거쳐 장시간 항의했지만, 결국 판정의 번복은 이뤄지지 않았다. 
경기를 마친 뒤 심판조장이었던 최수원 심판위원은 당시 상황에 대해서 "조원우 감독이 3루심에게 어필할 때 아웃이 아닌 이유를 물었다. 이에 '베이스를 밟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조원우 감독이 김동한에게 못 밟았는 지를 물었고, 김동한도 인정하는 뉘앙스로 대답했다. 그래서 조원우 감독이 벤치로 들어가다가 다시 주심에서 나와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그런데 비디오 판독 가능 시간인 30초가 지난 만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조원우 감독의 항의가 길어진 부분은 이 30초에 대한 해석으로 인해 빚어졌다. 최초 판정에 대한 항의는 비디오 판독 신청 대상 시간에서 제외해야하지 않냐는 것. 경기를 마친 뒤 롯데 관계자도 조원우 감독의 항의 내용에 대해서 "판정번복이 있던 시간만큼은 (비디오판독 가능 시간에서) 제외해야하지 않냐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수원 심판위원은 "조원우 감독이 어필한 시간은 빼야하지 않냐고 이야기했는데, 비디오 판독 제도는 어필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3루심에게 어필하러가 가기 전 주심에게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어야 했다. 조원우 감독이 벤치에서 나왔을 때는 27초가 흐른 상태라 신청이 가능했지만, 3루심에게 가서 항의하면서 시간이 지났다"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8분 간 항의를했던 조원우 감독은 규정에 따르면 퇴장 사유가 됐다. 규정에 따르면 감독의 항의는 5분 이내에 끝나야 한다. 3분이 지날 시 1차 경고, 5분이 지나면 경기 운영 저해로 즉시 퇴장이다. 조원우 감독의 퇴장이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과열된 분위기 였던 만큼 퇴장 명령을 내리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재개된 경기는 두산의 승리로 끝났다. 오랜시간 마운드에서 있던 조정훈은 다음 타자에게 폭투와 함께 역전 점수를 허용했다. 이어 8회말 두산이 추가점을 내면서 7-5로 리드를 잡았고, 9회초를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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