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이어지고 있는 여배우 원톱영화들이다.
남자배우 중심으로 편재돼 있는 한국 영화판에서 여배우 중심의 영화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일까. 여배우 원톱 영화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잠깐의 현상일지도 모르나 어쨌든 반가운 모습인 것은 분명하다.
지난 6월 개봉한 영화 '악녀'는 살인 병기로 길러진 최정예 킬러 숙희(김옥빈)가 그녀를 둘러싼 비밀과 음모를 깨닫고 복수에 나서는 액션 영화로 칸 영화제에 초청, 기립박수와 함께 호평받으며 여배우 원톱 액션 영화의 가능성을 좀 더 확장했다.
주연을 맡은 김옥빈은 살인병기로 길러져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역대급 킬러 숙희를 연기하며 현란한 액션을 보여줬다. 기존 액션 영화에서 찾아 볼 수 없던 1등 여성 킬러란 자체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바다. 김옥빈은 숙희를 소화하기 위해 촬영 3개월 전부터 매일 액션스쿨에 출석도장을 찍으며 피나는 수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개봉해 한국 공포 스릴러 영화 4년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소리없이 강한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장산범' 역시 여배우 원톱 스릴러다. 공포영화에 유독 여배우 주연이 맡긴 하지만 염정아처럼 존재감을 드러내는 일은 흔치 않다.
염정아는 '장화, 홍련' 이후 14년 만에 스릴러 영화로 관객을 찾았는데 이 두 편의 임팩트가 강해 그는 스릴러퀸이라 불리기도 한다.
‘장산범’이 한국 공포영화일 뿐 아니라 올 여름 대전에 나선 상업(국내)영화 중 유일한 여성 원톱 주연 영화인 점에서도 100만 관객 돌파의 의미는 작지 않다. 염정아는 관객과 함께 공포를 느끼는 주인공이 면서도 절절한 모성애로 보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더욱이 '장산범'은 올 여름 대전에서 유일한 한국 공포영화이자 여성 원톱 주연작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다음 달에도 여배우 원톱 영화가 온다. 오는 9월 14일 개봉을 앞둔 문소리 주연 '여배우는 오늘도'가 관객을 찾는 것.
메릴 스트립 안 부러운 트로피 개수, 화목한 가정 등 남들 있는 것 다 있지만, 정작 맡고 싶은 배역의 러브콜은 더 이상 없는 데뷔 18년차 중견 여배우의 현실을 오롯이 담아낸 작품이란 점에서 여배우 원톱 영화의 의미를 더한다. 연기력과 매력, 나아가 현실과 영화 사이에서 고민하는 여배우의 고군분투가 문소리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nyc@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