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결방 사태에, DMC 페스티벌 개최 취소까지, MBC가 위기에 빠졌다.
MBC 기자, 아나운서, PD 등 MBC 구성원들은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과 김장겸 MBC 사장 등 경영진의 퇴진과 함께 프로그램 제작 자율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결의했다. 지난 24일부터 29일까지 6일간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93.2%의 찬성률로 총파업이 가결됐으며, 이에 따라 9월 4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이미 라디오 방송은 대부분이 결방에 들어갔으며, 음악만 나가는 방송으로 대체가 된 상황. 예능 프로그램 결방 사태도 불가피하다.
이미 '무한도전'과 '나혼자 산다'가 각각 2일과 1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결방에 돌입한다. 또한 MBC 간판 예능 PD인 '라디오스타' 한영롱 PD, '나혼자 산다' 황지영 PD, '복면가왕' 노시용-오누리PD, '세모방' 김명진-최민근 PD 등 대다수의 예능 PD들이 파업을 결의한 MBC 노동조합에 속해 있어, 이미 촬영을 마친 녹화분 방영이 끝나면 이들 역시 릴레이 결방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
드라마라고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MBC 드라마본부 소속 PD 58명은 오늘(30일) 오후 파업 결의문을 발표하고 파업을 결의했다. 이들은 "지금까지의 모멸과 오욕의 세월을 딛고, 우리는 다시 파업 현장에 나선다. 우리를 대신해 홀로 싸워온 김민식 PD를 드라마국으로 돌아오게 하겠다"며 "또한 제작 자율성은 온전히 우리 자신에게 있음을 선언한다. 새로 만들어질 MBC에 더 이상 당신들의 드라마는 없다”고 김민식 PD의 복귀와 제작 자율성을 위해 파업에 참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로 인해 '밥상 차리는 남자', '20세기 소년소녀' 등 드라마의 결방 역시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 속에 MBC가 세계적인 한류 축제로서의 도약을 노리고 있는 DMC 페스티벌 역시 개최가 무산됐다. 당초 오는 9월 16일부터 9월 24일까지 개최가 확정됐었지만, MBC의 대다수 구성원이 파업에 돌입하면서 결국 행사를 취소하게 됐다.
대다수의 프로그램 결방에도 이들을 지지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는 높다. 경영진이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공영방송을 사유화하는 작금의 사태를 해결하고, 공영방송을 공영방송답게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가장 시급한 숙제라는 것에 국민들이 모두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로그램 결방 사태가 알려진 후 많은 시민들은 "TV 프로그램을 보지 못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 공영방송을 바로잡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MBC 구성원들의 파업을 지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과연 MBC는 구성원들의 파업에 힘입어 적폐를 청산하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치를 다시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mari@osen.co.kr
[사진] MBC, MBC 예능연구소 SN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