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 포커페이스의 비서 압달라 역을 맡아 뜻밖의 코믹한 매력을 보여준 조태관. 사실 그는 우리에게 배우 조태관이 아닌 '슈퍼스타K'의 재스퍼 조로 먼저 이름을 알렸었다. 이후 '태양의 후예'를 통해 본격적인 연기 활동에 나선 것이 그의 최근 행보다.
"어렸을 때 친구들이랑 취미로 밴드를 했었다. 그 영상들이 유튜브에 있었는데 '슈퍼스타K' 작가님들이 보고 메시지를 보내셨다. 한국에 올 기회가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해서 답장을 '저 한국 사람이고 지금 마침 한국에 와있다'고 했더니, '슈퍼스타K'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재미는 있겠지만 지금 배우 오디션을 보고 있고 가수 할 생각은 없다고 했는데 작가님이 설득하셔서 나가게 됐다. 나가고 보니까 음악에 칼을 갈고 목숨을 걸고 하는 친구들이 많이 나와서 그만하고 싶었다. 저도 물론 예선보고 다 했지만 왠지 미안하고 '나 왜 여기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의 길이 아닌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에 부담스러웠던 '슈퍼스타K' 출연이었지만, 이는 그가 배우로서 활동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기회가 되어주었다. 다른 신인 배우들에 비해 인지도를 쌓고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노래 부를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
"사실 2007년부터 연기 오디션도 엄청 봤었다. 토론토의 필름 아카데미에서 수업도 들으면서 오디션도 보고 했다. 아무래도 거기는 동양인 배우가 많이 필요하지 않으니까 다들 똑같은 오디션 보고 그랬다. 저는 단역이나 광고에서 뒤에 그냥 서있는 역할도 했었다."
이처럼 먼 길을 돌아온 조태관에게 '죽어야 사는 남자'는 본격적으로 배우 조태관이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작품으로 더욱 의미가 크다. 특히 최민수와 '브로맨스'를 그리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하기도 했다.
"사실 최민수 선배님 얘기를 저도 들으니까 되게 많이 무서울 줄 알았다. 인정사정 없을 거 같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고 인자하시고 모두를 대인배처럼 리드하신다.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많이 힘이 됐던 것 같다. 비서 역할도 각종 비서들이 나오는 작품들을 많이 찾아봤는데, 이 역할이 차갑고 얼음 같으면서도 백작(최민수)에게만은 덜 차가워야 하는 게 어려웠다. 그때 민수 형님이 조언을 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다."
이제는 재스퍼 조라는 이름보다 배우 조태관이라는 이름이 더욱 익숙한 상황. 하지만 조태관은 여전히 자신을 가둬두지 않고 여러 '옵션'을 열어두고 있다며 다양한 활동을 예고했다. 언제든, 어디에서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
"지금도 그렇고, 그때도 그렇고 항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같다. '어디서 활동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는 건 별로 없는 것 같다. 전에도 많이 돌아다니며서 살았고 앞으로도 꼭 여기서 살면서 뭘 해야겠다고 정해두고 하는 건 없고 항상 'Keep My Options Open'으로 살아가고 있다. 상황에 맞게 가족이나 일을 따라 어딜 갈 수도 있고. 이 일을 좋아서 하는 거지 어떤 나라나 돈, 인기, 포장을 생각하는 게 아니지 않냐. 그래서 어디서든 뭐든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앞서 말했듯 모든 '옵션'을 열어놓고 활동할 예정이라는 조태관의 미래 계획도 들어봤다. 작품 내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해 눈에 띄었던 그는 실제로도 뚜렷한 철학과 생각을 드러내며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색깔있는 '배우'도 좋지만 색깔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야 자기만의 철학과 생각이 있는 것 같고, 실제로 혼자 복잡한 생활이 많이 왔다갔다 하는데 그런 걸 문화나 예술로 표현해서 사람들이 '저 사람은 좀 다르다'고 봐줬으면 좋겠다. 대체할 수 없는? 누가 나를 대체할 수 있으면 섭섭하지 않냐. 단순히 이국적인 외모 때문이 아니라 풍겨져 나오는 캐릭터나 페르소나로 봐줬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옵션을 오픈하고 살 예정이기 때문에 어떤 작품이든, 어떤 캐릭터든, 어느 곳에서든 제가 도움이 될 수있는 곳이라면 열심히 할 계획이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