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가 배우에서 감독으로 유쾌한 변신에 도전한다.
문소리는 31일 오후 서울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문소리 감독)의 언론배급시사회에 참석해 감독으로서의 변신을 선보였다.
첫 연출작을 선보이는 자리, 문소리는 몹시 긴장한 모습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라고 운을 뗀 문소리는 “감독이 되어야겠다는 목표나 의지가 있었던 건 아니다. 영화 일을 십여년 하다 보니까 영화가 더 좋아지고, 영화에 더 관심이 많아지고 그래서 공부도 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쪼물락 쪼물락 만들게 됐다”며 “제가 연기를 한 작품 자리에는 많이 와봤는데, 감독이라는 사람들이 정말 뻔뻔한 사람들이구나, 배우보다 훨씬 용기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문소리의 첫 연출작인 ‘여배우는 오늘도’는 여배우 문소리의 삶을 스크린에 담아내며 현실과 허구를 오가는 재미를 준다. 작품이 없어 고뇌하는 문소리,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갇힌 문소리의 모습은 과연 실제인가, 허구인가 궁금증이 들 정도로 현실적이지만 연신 웃음이 터지는 유쾌한 멋을 자랑한다.
문소리는 “이 영화는 픽션이고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하지만 100% 진심이기는 하다. 정확하게 이런 사람들과 이런 술자리가 있었고, 시어머니 병원에서 이런 대사를 나누었고 이런 건 전혀 사실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하지만 유사한 감정이 들었던 일들은 많았을 것이다. 그런 것들이 합쳐져서 저한테 이런 얘기를 나오게 만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진실에 가까운 이야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도 어떨 때는 헷갈린다. 제가 남편한테 ‘내가 그런 대사를 한 적 있느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남편이 ‘그런 대사를 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그런 마음이 든 적은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 웃음을 자아내며 “인생이라는 게, 기억이라는 게 다시 구성되기도 하지 않나.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섞여간 것 같다”고 말했다.
문소리는 ‘여배우는 오늘도’를 통해 ‘여배우는 예쁘다’라는 명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문소리는 "제가 데뷔할 때부터 예쁘다, 안 예쁘다 이런 논란들이 있었다. '박하사탕'을 통해 몇천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데뷔하게 되면서, 다들 누구야 궁금해 했었다. 그런데 저는 평범하다, 여배우를 할 만큼 예쁘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그럴 때 '예쁜 게 뭐지?'라는 생각을 했다. 여배우에게 예쁘다는 것, 아름다움이라는 건 뭐지 궁금증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창동 감독에게 '예쁘다'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서 물었다는 문소리는 "이창동 감독님한테 '제가 예쁜 건가요?, 여배우는 얼마나 예뻐야 하나요?'라고 물어봤다. 그때 감독님의 말이 ‘너는 충분히 예쁘고 아름답다. 그런데 다른 여배우들이 지나치게 예뻐서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너는 배우를 할 만큼 합당하게 예쁘니 걱정하지 마라’고 하시더라“며 ”지금은 그런 시간들을 넘어서서 배우들한테 중요한 건 에너지이고, 그게 매력으로 나타난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렸을 때는 그런 말들이 신경 쓰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내가 얼마나 예쁘다, 안 예쁘다 이런 말에 얼마나 휘둘리는지, 많은 사람들이 남의 말에 신경 쓰며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 그런 것들을 같이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여배우는 오늘도’는 연기는 완전 ‘쩔지만’, 매력은 대략 ‘쫄리는’ 데뷔 18년차 여배우 문소리가 배우로서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달리고 배우는 런앤런 프로젝트를 그리는 작품. 오는 9월 14일 개봉한다./mar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