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로 이루는 소통" 김용철 다문화야구연맹 회장의 꿈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7.09.04 06: 05

"이제는 나눠줄 때가 됐죠." 
1980년대 롯데 자이언츠 팬을 비롯해, 웬만한 야구팬이라면 '김용철'이라는 세 글자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타율 3할에 10홈런으로 활약한 그는 1984년에는 타율 3할2푼7리 21홈런으로 롯데의 창단 첫 우승 주역이 됐다. 2017년 현재 프로야구는 144경기. 1982년 프로야구는 80경기, 1984년에는 100경기라는 것을 감안하면 김용철(60) 회장이 거둔 성적은 더욱 대단하게 다가온다. 1992년 삼성에서 은퇴하기 전까지 김용철 회장은 타율 2할8푼3리 131홈런 555타점의 성적을 남겼다.
은퇴 후에도 굵직한 현역 시절 못지않은 굵직한 행보를 걸었다. 삼성 라이온즈 코치를 시작으로 롯데 수석코치 및 감독대행, 경찰청 야구단 초대 감독 등을 역임했다. 그랬던 그가 최근에는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용철 회장의 공식 직함은 다문화야구연맹 회장. 2015년부터 다문화가정을 위한 야구연맹 만들고 이들에게 야구를 보급하고 알리고 있다. 
김용철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에도 재능기부가 활성화됐는데, 나 역시 그동안 많은 사랑은 받은 만큼 어떻게 사회에 돌려줄까 고민을 했다. 그 과정에서 마침 후배 한 명이 '다문화 가정 예술 협회'의 회장으로 있어 조언을 얻게 됐고, 관심을 가지고 시작하게 됐다"며 "다문화 가정에는 야구를 접할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충분히 좋은 선수로 성장할 자질을 갖춘 아이들이 많다. 이런 아이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고 다문화가정과 인연을 맺은 배경을 설명했다.
아무도 걷지 않았던 만큼, 쉽지 않은 길이었다. 아이들을 모으는 것부터 해서 정부에 공식 인증을 받기까지 모두 직접 발로 뛰었다. 해체 위기에 있던 경찰청 야구단을 살리기 위해 경찰청장을 직접 찾아가며 설득하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그렇게 걸어온 지 2년.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울 한 팀에 20여 명으로 시작했지만, 어느덧 서울, 부산, 대구에 총 5개의 팀을 두게 됐다. 아이들도 어느덧 100명이 넘었다. 지난해 10월에는 자체 친선대회를 열기도 했다.
점차 모양새를 갖추고 규모가 커졌지만, 그만큼 어려움도 동반됐다. 무엇보다 금전적인 어려움이 컸다. 아직 이렇다 할 후원사를 구하지 못해 정부의 지원에만 의존하고 있다. 야구의 경우 장비의 값이 만만치 않다. 아이들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제대로 장비를 갖추기는 더욱 힘들게 됐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야구장 역시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구장 자체가 많이 없을뿐더러, 있다고 하더라도 역시 금전적인 부담이 따랐다. 이런 현실에 김용철 회장은 야구장 건립에도 직접 팔을 걷어붙여 나서기도 했다.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무럭무럭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김용철 감독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대부분 4~6학년 초등학생의 아이들인 만큼 김용철 회장은 야구 실력도 실력이지만, 협동심을 비롯해 한국 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야구단에 다문화가정 아이뿐 아니라 한국 아이들을 넣는 이유도 이 같은 이유다.
김용철 회장은 "아무래도 문화권이 다르면서 한국의 예의가 어색한 아이들이 많다. 그러나 야구를 하면서 서로 협동하고, 또 한국 아이들과 이야기하면서 언어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라며 "보통 3월에 공고를 내고 4월에 시작을 하는데 처음에는 부모님들과 함께 오는 아이들을 보면 천방지축이다. 그러다 11월쯤 되면 아이들이 예의를 갖추고 인사도 잘한다"고 껄껄 웃었다.
오는 10월 28일에는 제 2회 친선대회를 열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는 기장군이 후보지다. 김 회장은 "아무래도 다문화 아이들의 경우 소외 계층이 많아 여행을 다닐 기회가 적다고 한다. 이번을 계기로 아이들이 다양한 추억을 쌓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올바른 인성 함양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어느덧 야구에 흥미를 갖고 '프로 선수'를 꿈꾸는 아이들도 생겼다. 올해도 몇몇 아이들은 야구부가 있는 중학교로 진학을 했다. 현재 프로야구에는 주권(kt)이 재중동포 출신의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 역시 김용철 회장이 마련한 텃밭 속에서 프로의 꿈을 위해 한 발씩을 내디딘 것이다.
시작은 다문화야구연맹지만, 김용철 회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스포츠'로 다문화가정을 하나로 묶는 것이다. 김 회장은 "지금은 야구연맹 하나 있지만, 우리나라의 다문화 가정이 점점 많아지는 만큼, 다문화 가정을 대변할 수 있는 '체육연맹'으로 발전시키고 싶다"라며 "축구는 현재 준비 중에 있다. 이 외에도 배구, 농구, 골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이바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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