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에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롯데는 최근 한 달간 정말 엄청나게 이겼다. 8월4일부터 9월3일까지 한 달간 치른 27경기에서 22승5패 승률 8할1푼5리로 만화에서 볼 법한 성적을 냈다. 순위는 7위에서 4위로 급상승했다. 정규시즌은 144경기로 길지만 단기간 이렇게 강력한 임팩트를 보여준 팀은 거의 없었다.
올 시즌에는 1위 KIA가 6월27일부터 7월29일까지 24경기 18승5패1무 승률 7할8푼3리, 두산이 7월27일부터 8월29일까지 29경기 21승6패2무 승률 7할7푼8리를 기록한 적이 있지만 롯데는 그 이상이었다. 롯데 선수들과 관계자들도 이 같은 대반전에 "적응이 안 될 정도"라며 놀라워하는 기색.
롯데에서 3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외국인 투수 브룩스 레일리도 예외는 아니다. 3일 사직 한화전에서 6이닝 2실점 호투로 2년 만에 10승 고지를 밟으며 롯데의 5연승을 이끈 레일리는 "27경기에서 20승 같은 기록은 과거 대학 시절 있었지, 프로리그에 와선 처음이다"고 말했다. 레일리는 지난 2009년 마이너리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올해로 9년차가 된 선수다.
그는 "매일 야구장에 올 때마다 모든 선수들이 승리를 기대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지금 우리는 주전과 비주전 가릴 것 없이 모두가 각자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특히 박헌도나 김동한처럼 자주 뛰지 않는 선수들도 나올 때마다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며 "이런 승리에는 전염성이 있다. 팀 전체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모두가 승리에 전염돼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후반기 롯데 반등의 중심에 있는 최준석도 "선수 전체가 모두 잘하고 있다. 어떤 선수가 특정하게 잘하는 게 아니라 경기에 나가는 선수마다 모두 잘하다 보니 굳이 '내가 꼭 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어졌다"고 거들었다. 주장 이대호 역시 "모든 선수들이 잘하니 나도 더 힘을 얻는다.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부담이 줄어드니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졌다. 2일 한화전에서 4회 상대의 폭투 때 2루로 기습 진루한 최준석의 과감한 주루 플레이가 상징적이다. 이에 대해 최준석은 "주루 파트에서 모든 선수에게 한 베이스 더 가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주문했다. 아웃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없었다. 팀이 워낙 잘하고 있다 보니 그런 플레이가 나왔다"고 이야기했다.
계속되는 승리는 선수들의 피로까지 잊게 한다. 이동거리에서 손해를 보는 롯데이지만 지금 상승세는 오히려 2연전 체제 시작과 궤를 같이 한다. 조원우 감독은 "후반기에 타이트한 경기들이 많았고, 선수들의 몸도 피곤하긴 많이 피곤하다. 그래도 결과가 좋다 보니 피로도가 잘 보이지 않는 듯하다"고 말했다.
승리에 전염된 롯데는 내친김에 구단 최다승 기록에도 도전한다. 롯데의 팀 최다승 기록은 지난 1999년 75승. 양대리그 132경기 체제에서 75승52패5무 승률 5할9푼1리로 드림리그 2위를 차지했다. 그 후 2011년 72승(56패5무)이 유일한 70승 이상 기록. 현재 69승을 거둔 롯데는 잔여 17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7승만 추가하면 18년 만에 구단 역대 시즌 최다승 기록을 바꿀 수 있다. 지금 롯데의 기세라면 75승 그 이상도 기대할 수 있다. 역사적인 시즌이다. /waw@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