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추억이 많았죠."
삼성 라이온즈은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과의 팀간 14차전 맞대결을 펼쳤다. 이날은 삼성과 두산의 올 시즌 잠실구장 맞대결. 아울러 이승엽에게도 잠실에서 두산과 맞붙는 마지막 경기였다.
이승엽에게 잠실구장은 대구구장 못지않게 많은 추억이 남아 있는 곳이다. 두산과 LG가 함께 홈으로 쓰면서 잠실구장은 이승엽에게 대구구장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 곳이 됐다.
이승엽이 꼽은 잠실구장의 추억 큰 추억은 단연 우승이다. 이승엽은 "2012년 우승을 잠실에서 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잠실구장은 좌절과 함께 독기를 품게한 장소이기도 했다. 이승엽은 "2001년 한국시리즈 때 잠실에서 두산에 졌다. 그리고 14년이 걸렸는데 2015년에 똑같은 상황이 벌어져서 아쉬웠다. 두산이 워낙 야구를 잘한다"며 "아쉬움도 있지만, 실패를 해야 경험이 된다. 또 사람이 독기가 없으면 안 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발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기쁨과 좌절이 있었던 잠실구장은 '신인' 이승엽이 프로 첫 발을 내디딘 곳이기도 하다. 1995년 4월 15일 삼성과 LG는 잠실구장에서 개막전 맞대결을 펼쳤다. 1995년 삼성에 입단한 이승엽도 이 자리에 함께 했다. "지금과는 구조가 다르기는 하지만, 더그아웃에 한 번도 앉아있지 못했다. 대통령이 시구를 하고 그랬는데, 너무 긴장이 됐다. 아침에 일어나 몸무게를 재고 경기 끝나고 쟀는데, 4kg가 빠져있었다"며 긴장됐던 프로 첫 경기를 지켜봤던 순간을 떠올렸다.
비록 긴장 가득한 순간이었지만, 이승엽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9회 류중일 전 감독의 대타로 나온 이승엽은 LG 김용수를 상대로 안타를 때려냈다. 데뷔 첫 경기, 첫 안타. '전설'의 시작이었다. 이승엽은 "대타로 나가 안타를 친 뒤 다음날 선발로 출장했다. '이런 것이 프로야구구나'를 느꼈고, 촌놈이 출세했다고도 생각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승엽은 잠실구장에 대해 "야구장이 규모가 워낙 커서 경기를 하기에는 다소 꺼려지는 구장이기도 하다"라며 "다른 구장 같은 경우는 넘어갔다고 생각한 타구도 잠실구장의 경우에는 펜스 바로 앞에서 잡혔다"고 이야기했다.
그만큼 잠실구장에서의 첫 홈런도 순간도 생생하다. 1995년 7월23일 잠실 OB(현 두산)전에서 이승엽은 6번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장해 3회초 들어선 두 번째 타석에서 박철순의 초구를 공략해 스리런 홈런을 날렸다.
동시에 잠실에 때린 홈런은 '성장'의 증거가 되기도 했다. 이승엽은 "LG전이었던 것 같다. 당시 연장 승부를 펼쳤는데, 최향남 선배님을 상대로 밀어 쳐서 연타석 홈런을 날린 기억이 있다. 그 때 스스로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승엽은 8회말 대타로 나와 3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난 뒤 8회말 1루수로 수비를 소화하며 마지막 잠실 두산전을 마쳤다. 아직 LG전이 남아있지만, 이제 이승엽은 두산과 잠실에서 맞대결을 펼칠 날이 없다.
비록 화려한 엔딩은 아니었지만, 수비에 나선 이승엽은 자신을 향해 박수를 보내준 삼성과 두산 팬들을 향해 미소로 화답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