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 돌입' 이명기, "아쉽지만 동료들 믿어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9.05 05: 56

“왜 항상 펜스와 싸우다 부상을 당하는지 모르겠어요”
상태를 설명하는 이명기(30·KIA)는 억지로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목소리에 묻어나는 허탈함과 억울함을 숨길 수는 없었다. 아주 중요한 시기에 당한 부상에 조금은 힘이 빠졌다. 이명기는 2일 고척 넥센전에서 부상을 당했다. 7-1로 앞선 9회 장영석의 좌익수 방면 큼지막한 타구를 쫓다 발목을 다쳤다.
이명기는 고질적으로 왼 발목이 좋지 않다. 그 이유도 부상 때문이다. SK 시절이었던 2013년 타구를 쫓다 펜스에 발목이 부딪혀 중상을 입었다. 당시 뼈에 멍이 들었고, 재활이 예상보다 길어지며 2013년 시즌 전체를 날렸다. 2014년 초반까지 여파를 미칠 정도의 장기 부상이었다. 당시 다친 왼 발목은 지금도 피로가 누적되면 욱신거리곤 한다. 참고 뛸 정도로는 적응이 됐는데, 이번 부상으로 다시 염좌 판정을 받았다.

그런 이명기는 4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명기는 “(2013년) 당시보다 심각하지는 않다. 당시에는 복사뼈가 보이지도 않았을 정도”라고 그나마 안도하면서도 “(키를 훌쩍 넘어가는 타구라)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내버려두고 다음 플레이를 생각했어도 되는 타구였다. 내가 과욕을 부렸던 것 같다”고 자책했다. 공격에 비해 수비가 약하다는 평가가 따라다녔던 이명기는 수비에 욕심이 많다. 때로는 호수비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화를 불렀다.
개인적으로도 감이 좋을 때 당한 부상이라 더 아쉽다. 이명기는 “KIA 이적 후 타격감이 가장 좋은 시기였다. 예전에도 성적이 좋을 때는 있었지만, 지금이 가장 타이밍이 잘 맞고 느낌이 좋을 때였다”고 털어놨다. 실제 이명기는 잠시 주춤했던 시기를 이겨내고 최근 7경기에서 타율 5할(32타수 16안타)로 폭발 중이었다.
개인적인 흐름도 흐름이지만, 무엇보다 팀을 생각하면 죄송스러운 마음도 앞선다. 자책도 하고, 후회를 곱씹는 것도 이 때문이다. KIA는 현재 정규시즌 1위 수성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 주 이명기의 대활약과 함께 좋은 주간 성적을 냈지만 아직 안심할 위치는 아니다. 이처럼 정규시즌의 가장 중요한 길목에서 열흘 이상 엔트리에서 빠지게 됐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다행히 포스트시즌에 뛰지 못할 정도의 장기 부상은 아니다. 다만 언제쯤 복귀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5일부터 시작되는 재활 과정에 달렸다. 정확한 복귀 시점을 잡으려면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명기도 이런 현실이 조금은 답답하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상황을 바라보려 애를 쓰고 있다. 한 번 다쳤던 발목이기에 더 조심스럽다.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완벽하게 회복해 돌아가겠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팀에 대한 최선의 길이라고 믿는다.
그 와중에도 동료들에 대한 믿음은 굳건하다. 이명기는 팀의 큰 전력손실이라는 말에 대번 “우리 팀은 잘 하는 선수들이 많다. 팀이 잘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하면서 “1위를 계속 하고 있다가 마지막에 뒤집어지면 억울하다는 게 전체적인 생각이다. 그래도 조급한 것은 전혀 없다. 그런 분위기를 믿는다”고 동료들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명기가 동료들을 믿는 만큼, KIA도 이명기가 건강하게 돌아와 대권 도전의 퍼즐이 되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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