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퓨처스리그(2군) 일정이 모두 끝났다. 1군을 꿈꾸는 미래의 스타들이 땀을 흘린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선수는 역시 문상철(26·국군체육부대)이었다.
보통 퓨처스리그 기록은 관심도가 낮다. 그러나 문상철은 달랐다. 어마어마한 장타력 때문이었다. 시즌 초반부터 대포가 터지더니, 어느덧 홈런 개수는 36개까지 쌓였다. 이는 2008년 박병호(상무), 2009년 조영훈(경찰), 2010년 최주환(상무)의 기록(24홈런)을 훌쩍 넘는 퓨처스리그 한 시즌 최다 기록이었다. 한 퓨처스리그 구단 관계자는 “당분간 깨지기 어려운 기록”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여기에 91경기에서 101타점도 기록했다. 이는 김재환이 상무 소속이었던 2010년 세운 기록과 타이다. 30홈런-100타점 동반 달성은 퓨처스리그 역사상 처음. 타율도 3할3푼9리로 준수했고,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무려 1.091이었다. 퓨처스리그 성적이라고는 하지만, 퓨처스리그에서 이 정도 성적을 낸 선수들은 대부분이 1군에서 자리를 잡았다.
원 소속팀인 kt도 반색하고 있다. 사실 문상철은 kt도 많은 기대를 걸었던 내야 유망주였다. 고려대를 졸업한 문상철은 2014년 kt의 특별지명 때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kt 코칭스태프는 “제2의 최정 느낌이 난다”고 호평했을 정도였다. 체격 조건이나 포지션이 비슷했고, 펀치력이 있기에 가능한 기대였다. 다만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2년간 1군 성적은 99경기에서 타율 1할8푼1리, 3홈런, 13타점이 고작이었다.
군 복무 기간 중 야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선수는 많다. kt도 문상철이 그런 절차를 밟길 기대하고 있다. 아직 제대는 멀었지만, 2019년 핵심전력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렇다면 김진욱 kt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김 감독은 기대감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냉정한 시선을 유지하려 애썼다.
김 감독은 “상무 소속이고 2군 경기라 가끔 TV 중계로 보거나 보고를 받는 정도다”라면서도 “2군이지만 그 정도 성적을 냈다는 것 자체는 높은 평가를 내릴 수 있다”라고 반겼다. 다만 2군과 1군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 때로는 2군 성적이 뻥튀기가 되기도 한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을 더 중시하는 김 감독이다.
김 감독은 “상철이가 1군에 와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면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스윙의 날카로움이나 속도가 더 좋아져야 한다”고 짚으면서 “이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게끔 부탁을 해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문상철의 성장세는 kt 타선의 미래와도 직결되어 있다. 지난해 2군을 평정하고 올해 29홈런을 친 한동민(SK)처럼 성장해 돌아온다면 kt는 듬직한 우타거포를 확보한다. 비록 빨라야 2019년의 일이지만, kt의 현재 살림에서 기대가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