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야 할 것, 정의윤은 100타점 타자였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9.05 06: 57

정의윤(31·SK)은 지난해 잊지 못할 한 해를 보냈다. 선수 경력에서 가장 화려한 시기를 보냈다. 144경기에 모두 나가 타율 3할1푼1리, 27홈런, 100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4번 자리를 지켰다. 만년 유망주의 폭발이었다.
물론 후반기 성적은 아쉬웠다. 그래도 그 자체도 경험이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했다. ‘페이스 조절’에 대한 교훈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올해가 더 기대됐다. 완벽한 4번으로 진화할 것 같았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 취득에 대한 동기부여도 있었다. 하지만 마음대로 풀리지 않았다. 정의윤은 전반기 60경기 출전에 그쳤다. 홈런은 5개, 타점은 고작 19개였다.
방망이가 잘 맞지 않았다. 타율은 2할5푼대까지 떨어졌다. 결국 5월 21일 말소돼 6월 9일까지 20일이나 2군에 있기도 했다. 복귀 후 타율은 좋아졌다. 하지만 좀처럼 힘이 실린 장타가 나오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정의윤은 “똑딱이 타자로 변신한 것 같다”고 힘없이 웃었다. 자조 섞인 농담이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들쭉날쭉한, 그리고 제한된 출전 시간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런 정의윤이 후반기 SK 타선의 핵심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의 말대로 모든 것이 좋아졌다. 장타력은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선구안, 바깥쪽 공을 대처하는 능력은 지난해 이상이라는 평가도 있다. 정의윤의 전반기 OPS(출루율+장타율)는 0.764에 불과했다. 코너 외야수로서는 낙제점이었다. 그러나 후반기는 1.029에 이른다. 약점이었던 출루율(.398)이 올라왔고, 장타율은 0.631로 리그 최정상급이다.
정의윤은 전형적으로 흐름을 타는 타자다. 몰아치기 능력이 좋다. 상대 유형에 따라 그날그날 라인업을 바꾸는 힐만 감독의 스타일에서 다소간 손해를 본 느낌은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의윤 없는 SK 라인업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최근 10경기에서는 타율 4할5푼7리, 4홈런을 기록하며 팀의 4번 자리를 다시 차지했다. 라인업에서 빼면 이상할 정도의 활약이다. 스스로 물꼬를 튼 만큼 앞으로도 좋은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전반기에 부진했다는 것은 스스로 잘 안다. 이제는 FA 등 다른 생각을 하지도 않는다. 명예회복을 위해 뛰는 분위기다. 정의윤은 “전반기에 팀에 많은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기 위해 후반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내내 심각했던 표정에도 조금씩 미소가 돌아온다. 100타점 타자의 반격이 시작됐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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