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우즈벡의 운명이 갈린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6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0시 우즈벡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A조 최종예선 최종 10차전을 치른다. 2위 한국(승점 14, 골득실 +1), 3위 시리아(골득실 +1), 4위 우즈벡(이상 승점 12, 골득실 -1)이 남은 직행 티켓 1장을 놓고 경쟁한다.
우즈벡전은 한국 축구의 명운이 걸린 한 판이다. 승리하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의 대업을 달성한다. 비기거나 지면 본선행을 장담할 수 없다. 비기면 시리아-이란전 결과에 따라 조 3위 플레이오프로 밀려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패하면 4위로 탈락할 수도 있다.
▲ 고요한의 축구화 다섯 켤레와 스리백
고요한(서울)의 출전에 시선이 쏠린다. 경쟁자 최철순(전북)이 경고 누적 징계로 나설 수 없다. 고요한은 5년 전 우즈벡 원정서 잊지 못할 악몽을 꿨다. 무대는 2012년 9월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이었다. 우측 풀백으로 호기롭게 나섰지만 그라운드 사정에 맞지 않는 축구화를 신어 낭패를 봤다.
당시 경험이 적었던 고요한은 고무 스터드(일명 뽕, 바닥에 돌출된 부분)로 된 축구화 한 켤레만 챙기고 쇠뽕 축구화를 가져가지 않은 게 화근이 됐다. 그라운드에 수 차례 넘어지며 제대로 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42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단 고요한은 악몽을 지우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평소 원정길에 축구화 2켤레만 준비하는데 이번엔 총 5켤레를 갖고 왔다. 쇠뽕도 2켤레다"면서 "5년 동안 K리그서 경험을 많이 쌓으며 성숙해졌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고요한의 출전은 전술 변동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포백보다는 스리백에 어울리는 카드다. 과거 최용수 감독 휘하 우측 윙백으로 활약했다. 신태용 감독이 고요한과 함께 스리백을 가동할 경우 선수 변화가 불가피하다. 반면 포백을 활용할 경우 고요한 대신 장현수(FC도쿄)나 김기희(상하이 선화)처럼 수비력이 더 좋은 자원을 쓸 수도 있다.
▲ K리거 공격수 출전 시간
한국은 이란전서 공격진의 부조화라는 과제를 떠안았다. 부상을 안고 있는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잘츠부르크)이 선발 출격했지만 시종일관 답답함을 보였다. 1명이 많았음에도 유효슈팅 0개의 굴욕을 당하며 무득점 무승부에 그쳤다.
K리거의 적극적인 활용이 해답이 될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2연전에 이근호(강원), 염기훈(수원 삼성), 이동국, 김신욱(이상 전북) 등 K리그서 컨디션이 좋고 경험이 풍부한 공격수들을 대거 선발했다.
넷 모두 국내 조기 소집 첫 날부터 구슬땀을 흘리며 호흡을 맞췄다. 과거와 현재 대표팀은 물론 소속팀에서도 한솥밥을 먹었던 이들이라 찰떡호흡이 기대됐다. 그러나 이근호와 염기훈은 이란전서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이동국은 후반 44분 교체 투입됐다. 김신욱은 17분을 뛰었다.
신 감독은 이란전이 끝난 뒤 비판에 직면했다. K리그 공격수들의 투입이 너무 늦었다는 이유였다. 김민재(전북)가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벤치에 사인을 보내자 김주영(허베이 화샤 싱푸)을 투입했지만 공격수를 넣고 장현수를 센터백으로 내리는 방법도 있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우즈벡전은 벼랑 끝 승부다. 자칫 발을 헛디디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다. 교체 카드 1장과 타이밍에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한 판이다.
▲ '여우' 신태용의 연막 작전
지난달 21일 처음 대표팀을 소집한 신태용 감독은 거의 매일 비공개 훈련을 하며 정보를 꼭꼭 숨겼다. 신 감독은 이란전을 하루 앞두고 손흥민과 황희찬의 출전 여부에 "애매하다"고 연막을 친 뒤 선발로 내보냈지만 둘의 부진으로 뜻한 바를 이루지 못했다.
신 감독은 철통보안 속에 세트피스에도 심혈을 기울였지만 이란전서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전반 골문을 살짝 빗나간 장현수의 헤더와 후반 권창훈의 직접 프리킥 정도가 뇌리에 남는 장면이었다.
이천수 JTBC 해설위원은 "세트피스 득점이 없는 게 아쉬웠다"면서 "권창훈 등 킥을 잘하는 선수들이 있는데 골이 안 터졌다"고 아쉬워했다.
신 감독은 우즈벡에 입성한 뒤에도 장막을 거두지 않았다. 훈련 첫 날 35분을 공개한 뒤 두 번째 훈련은 15분만 공개했다. 결전 전날인 공식 훈련서도 15분 뒤 비공개로 전환하며 모든 전술과 포메이션, 선발 라인업을 철저하게 감췄다.
여우의 첫 번째 연막 작전은 이란전서 쓰라린 실패로 끝났다. 두 번째 연막은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 한국 축구는 더 이상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dolyng@osen.co.kr
[사진] 타슈켄트(우즈벡)=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