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팀이 되어도 모자랄 판이지만 우즈벡은 하나가 되지 못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6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0시 우즈벡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A조 최종예선 최종 10차전을 치른다. 2위 한국(승점 14, 골득실 +1), 3위 시리아(골득실 +1), 4위 우즈벡(이상 승점 12, 골득실 -1)이 남은 직행 티켓 1장을 놓고 경쟁한다.
우즈벡전은 한국 축구의 명운이 걸린 한 판이다. 승리하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의 대업을 달성한다. 비기거나 지면 본선행을 장담할 수 없다. 비기면 시리아-이란전 결과에 따라 조 3위 플레이오프로 밀려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패하면 4위로 탈락할 수도 있다.
우즈벡은 한국을 잘 안다. 두 팀은 아시아 무대에서 수 없이 맞닥트렸다. 우즈벡은 A매치 역대 전적에서 한국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한국이 10승 3무 1패로 압도적으로 앞선다. 신태용호엔 이동국(4골), 구자철(3골), 손흥민과 이근호(이상 2골) 등 우즈벡 킬러들이 차고 넘친다.
그러나 원정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총 네 차례 싸워 1승 2무 1패로 팽팽하다. 최근 원정 2경기는 모두 비겼다. 2012년 9월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서 2-2로 비겼고, 2005년 독일 월드컵 최종예선서도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우즈벡엔 지한파도 있다. 세르베르 제파로프는 2010년 K리그에 데뷔해 서울, 성남, 울산 등을 거쳤다. K리그 통산 110경기에 나서 20골 16도움을 기록했다. 우즈벡엔 수원 삼성에서 한 시즌 뛰었던 알렉산더 게인리흐(33)도 있다.
제파로프는 "한국에서 오래 뛰었기 때문에 한국을 잘 알고 있다. 한국 선수들도 우리가 익숙하지만 우리도 마찬가지"라며 "안방에서 한국을 꺾고 러시아에 가겠다"고 사상 첫 본선행에 의욕을 보였다.
원정서 한국과 대등한 승부를 벌여왔고, 이래저래 한국을 잘 아는 우즈벡이지만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사상 첫 월드컵 본선행을 꿈꾸고 있는 우즈벡 대표팀의 현주소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자중지란'이다. 최근 성적 부진이 길어지며 삼벨 바바얀 감독이 미디어와 팬들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 전날 열린 사전 기자회견서 자국 기자들의 날 선 질문과 마주해야 했다.
바바얀 감독은 중국전 패배, 후반 40분 이후 실점 문제, 공격수 선발과 라시도프와 불화, 팬들의 비판과 직면했다. 가시 돋친 질문을 요리조리 잘 피해다니던 바바얀 감독이지만 팬들의 비판 질문엔 "세 번이나 똑같은 대답을 했는데 또 같은 대답을 해야 하냐"면서 "감독으로 선임됐다는 건 충분히 자격이 있다는 것"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바바얀 감독은 우즈벡 축구의 호날두로 불리우는 사르도르 라시도프와 불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월드컵 예선서 5골을 넣은 라시도프를 중국전에 제외했던 바바얀 감독은 "참을성이 있는 선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다"며 일침을 가했다.
바바얀 감독의 고민은 깊어진다. 한국과 중국전 등 최종예선서만 2골을 넣은 공격수 마라트 비크마에프(로코모티프)가 경고 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다. 바바얀 감독에겐 '믿을맨' 오딜 아흐메도프가 있지만 라시도프의 빈 자리가 그리울 수도 있다./dolyng@osen.co.kr
[사진] 바바얀 감독(위)-제파로프(아래) / 타슈켄트(우즈벡)=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