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승수를 생각한 적이 거의 없었다".
한화 우완 투수 윤규진(33)의 말이다. 지난 2003년 프로에 데뷔한 윤규진은 대부분 시간을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통산 393경기 중 선발등판은 47경기. 10경기 이상 선발등판한 것도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2004년 데뷔 첫 승을 무사사구 완투승으로 장식했지만 2008년 12홀드, 2015년 10세이브로 구원 보직에서 두드러진 존재감을 보였다.
9일 대전 NC전 승리로 데뷔 후 개인 최다 8승을 올린 윤규진에게 '승리투수'란 수식어가 새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윤규진은 "그동안 (구원투수로서) 승수를 생각한 적이 거의 없었다. 지금 이렇게 선발을 하며 승리수 쌓아나가는 게 기분 좋다"며 "이젠 선발로 정착하고 싶다. 지금 이대로 시즌 끝날 때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 내년 시즌 선발진에 들어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지금 같은 모습이라면 내년 한화의 선발 한 자리는 무조건 윤규진의 몫이다. 요즘 한화 선발진에서 가장 믿음이 가는 투수다. 다시 선발로 고정된 지난달 12일 이후 5경기에서 3승2패 평균자책점 3.45를 기록 중이다. 4번의 퀄리티 스타트가 있었고, 그 중 2번이 7이닝을 소화한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 투구.
지난해 투수코치 시절부터 윤규진의 선발 전환을 적극 추천한 이상군 한화 감독대행은 "예전부터 불펜으로 쭉 던졌지만, (어깨 관절경) 수술 이후 회복이 느려 다음날 연투가 되지 않았다"며 "좋은 공을 갖고 있는 투수인 만큼 선발로도 괜찮을 것 같아 보직을 바꿨다. 구속이 구원 때보다 조금 떨어졌지만 선발투수로 길게 던지면서 꾸준하게 잘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윤규진은 최근 활약에 대해 "특별히 바뀐 건 없다. 폼에 작은 변화를 주긴 했지만 엄청나게 바뀐 건 아니다. 완급조절에 신경 쓰다 보니 구속이 조금 줄긴 했지만 일부러 구속을 떨어뜨린 건 아니다"며 "그저 매 경기 선발로 던질 수 있다는 게 좋다. 체력적으로도 전혀 문제없다. 윤학길 투수코치님께서 현역 시절 완투를 많이 해보셔서 그런지 중간에 조언들을 잘해주셔서 길게 던질 수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올 시즌은 내게 의미가 있다. 앞으로 야구인생에서 선발투수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중요한 시즌이 됐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지만 선발로서 목표를 계속 갖고 있다. 지금 내 나이에 '선발 잠재력을 찾았다'고 말하기 조금 그렇지만 자신감은 커졌다. 선발로 '안정적인 투수'라는 이미지가 생긴 것이 기분 좋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금 윤규진의 모습은 영락없는 에이스. 하지만 그는 '에이스'라는 호칭에 손사래를 쳤다. "9승을 한 오간도도 있는데 내가 에이스라 불리는 건 아니다"고 겸손하게 말한 윤규진은 "지금은 에이스가 아니지만 내년 시즌에는 한화의 에이스가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