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을 먹여 살리는 맏형이다. 망가짐은 기본, 동생들에게 굴욕을 당해도 굳세게 일어났고 마지막엔 감동까지 선사했다. '1박 2일'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김준호 덕분이다.
10일 방송된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에서 3G팀 김종민 김준호 윤동구와 LTE팀 차태현 정준영 데프콘은 서울 문화유산 투어 대결을 마무리했다. 풍물시장, 창신동, 석호정, 성우 이용원, 영국대사관 등에서 과거로 떠났던 이들은 집결지였던 어린이대공원에 모여 미션 성공 때마다 받은 딱지를 정산했다.
여기서 지면 다음 날 춘천에서 열리는 산악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야 했다. 양 팀으로서는 승리에 목숨을 건 상황. 그런데 반전이 생겼다. 지고 있던 차태현 정준영 데프콘이 마지막 놀이기구 미션을 성공해 역전에 성공한 것. 3G팀은 김주혁이 없는데도 여전히 LTE팀에 기세가 밀렸다.
저녁식사 복불복 때에도 비슷했다. 개인전으로 라면수프를 골라 빨리 끓어넘치는 사람이 식사 기회를 얻었는데 김종민과 김준호가 꼴찌를 차지했다. 이들은 면 없이 라면 국물에 상추를 찍어먹으며 허기진 배를 채웠다. 동생들은 라면에 닭갈비까지 야무지게 즐겼다.
가장 중요한 마라톤 벌칙자 선정 게임이 남았다. 김준호와 김종민은 게임 최약체인 윤동구가 걸리도록 머리를 맞댔다.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병뚜껑 날리기를 종목으로 채택해 승리를 확신했다. 하지만 윤동구는 대이변으로 1등을 따냈고 김준호와 김종민의 진검승부만 남았다.
옵션이 붙었다. 콜라를 다 마시고 트림을 참은 상태에서 병뚜껑을 날려야 한 것. 김종민은 괴로워했고 김준호는 강제 상의탈의까지 하며 열정을 불태웠다. 두 사람은 올림픽 경기 못지않은 치열한 접전을 벌였고 결국 김준호가 지고 말았다. 김종민은 하느님을 외치며 환호했다.
옷까지 벗었지만 마라톤 벌칙에 당첨된 김준호는 좌절했다. 다음 날 아침에도 동생들은 해맑게 웃으며 퇴근했지만 김준호는 마라톤 대회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는 참가자들과 파이팅을 외쳤고 완주를 다짐했다. 무려 13km를 달려야했지만 김준호는 프로그램과 시청자들을 위해 이를 악물었다.
재미도 빠질 수 없었다. 윤동구는 차를 타고 김준호 뒤에서 약을 올렸고 유일용 PD는 함께 달리며 김준호를 자극했다. 김준호는 전환점에 있는 차를 타고 도망가려고 했지만 막상 "차 타고 내려가겠냐"는 질문에 시청자들과 약속을 언급하며 끝까지 달리겠다고 했다.
39명 중 꼴찌였던 그는 내리막길에서 참가자를 만나자 역전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았고 결국 김준호는 39등 꼴찌로 결승선에 들어섰다. 3시간 47분이나 걸렸지만 완주했다는 뿌듯함과 멤버들, 시청자들에게 보낸 감동의 메시지는 짙었다.
'1박 2일'이 계속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의 8할은 김준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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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박2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