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직행을 향한 KIA의 남행열차가 묵묵히 움직이고 있다. 마운드의 두 기관차가 정비를 마치고 재합류했고, 타선도 조금씩 살아나는 기미가 보인다. 선수단도 담담하게 목적지인 광주를 향하고 있다.
시즌 내내 정규시즌 1위를 달리며 ‘완전 우승’을 앞두고 있는 KIA다. 그러나 광주로 향하던 열차는 후반기 들어 제동이 자주 걸렸다. 불펜은 불안했고, 전반기 활활 타오르던 타선도 힘이 빠졌다. 투·타 엇박자가 자주 일어나기도 했다. 실제 KIA의 후반기 성적은 21승21패1무다. 딱 5할이다. 후반기 7할 승률을 기록 중인 두산이 KIA를 바짝 추격해 한때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묵묵히 제 갈 길을 가는 기차다. 조금씩 종착역에 다가왔다는 느낌도 준다. KIA는 12일 현재 2위 두산에 3.5경기 앞서 있다. 금방 뒤집어질 수도 있는 느낌의 승차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만약 KIA가 남은 경기에서 지금까지의 후반기 승률(5할)을 기록한다고 가정할 때, 두산은 남은 13경기에서 무조건 10승(.769)을 거둬야 역전 우승이 가능하다. 두산의 기세가 아무리 가공해도 이 조건을 채우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주춤했던 KIA도 원군이 도착했다. 우선 선발 자원인 임기영(24)이 지난 8일 돌아왔다. 올 시즌 전반기 최고 히트 상품이었던 임기영은 갑작스레 찾아온 폐렴 증상으로 페이스를 완전히 잃었다. 그 후로는 크게 부진해 다시 2군에 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9일 삼성과의 복귀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무난한 투구를 펼치며 가능성을 밝혔다. 선발 로테이션 구멍이 많았던 KIA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
이어 허리 통증으로 보름간 2군에 있었던 불펜의 핵심 임창용(41)도 12일 인천 SK전에서 복귀했다. 복귀전부터 좋은 구위를 선보이며 1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김윤동의 구위가 떨어져 있는 가운데 김세현과 함께 7~9회를 책임질 적임자다. 임창용이 돌아와 전체적인 불펜 운영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두 선수 모두 2군행에 대한 과정적 아쉬움은 있지만, 어쨌든 적시에 돌아온 셈이 됐다.
타선도 조금씩 힘을 찾아가고 있는 가운데 선수단 분위기도 비교적 차분하다. 지금은 발목 부상으로 재활을 하고 있는 이명기는 “쫓긴다는 느낌은 없다. 다만 지금까지 1위를 하고 있다 뒤집히면 억울하다는 게 선수들 전체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급함보다는 허탈함을 남기지 말자는 오기로 뭉쳐 있다는 의미다. 이는 KIA가 몇 차례 추월 위기에서 버티며 계속 1위를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베테랑인 이범호도 “팀이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들 하는데, 끝까지 신중하자고 한다. 다만 좀 더 집중해서 종착지에 빨리 도착하자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1위에 대한 강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물론 KIA의 종착역 도착 시간은 예상보다 다소 늦어진 것이 사실. 하지만 행선지가 달라지거나 추월을 허용하지는 않았다. 끝까지 방심하지 않는다면, ‘한국시리즈 직행’이라는 플래카드가 기다릴 광주 도착 시계는 빨라진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