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선발은 양현종입니다”
12일 인천 SK전을 앞둔 김기태 KIA 감독은 13일 선발에 대해 짤막하게 대답했다. 임기영이 돌아왔지만 KIA는 여전히 5선발에 대한 고민이 크다. 때문에 13일 경기에 임시 5선발을 넣을지, 아니면 양현종을 4일 휴식 후 투입할지가 관심사였다. 여기서 김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선택은 양현종 승부수였다.
다소 복합적인 선택이다. 아직 정규시즌 1위를 확정짓지 못한 KIA다. 2위 두산이 3.5경기 뒤에서 쫓아온다. 5할만 해도 1위 가능성이 높지만, 되도록 일찍 판을 정리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이런 양상에서 양현종은 롯데보다는 SK에 강했다. 시즌 롯데전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은 4.94, 반면 SK전 3경기에서는 1.59였다. 확실한 1승 카드를 좀 더 확실한 곳에 투입시키자는 계산이다. 납득이 가는 대목이다.
양현종으로서는 체력적인 관리를 잘 해야 하는 등판이다. 양현종은 지난 8일 한화전에서 7이닝 5실점(4자책점)을 기록한 뒤 4일을 쉬고 다시 마운드에 선다. KBO 리그 투수들을 일반적으로 놓고 보면, 4일 휴식보다는 정상적인 5일 휴식 후 등판시 성적이 좋다. 그런데 올 시즌 타 팀 투수들에 비해서는 유독 4일 휴식 후 등판이 많은 양현종이기도 하다. 물론 이는 양현종에 대한 믿음과 실적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양현종은 올 시즌 여전한 위용이다. 시즌 27번의 등판에서 168⅔이닝을 던지며 18승5패 평균자책점 3.52의 성적을 냈다. 12일 현재 다승 리그 1위, 소화이닝 4위, 평균자책점 5위,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공동 3위를 기록 중이다. 논란이 된 4일 휴식 후 등판시 성적도 좋다. 7번이 있었는데 5승1패 평균자책점 3.20의 성적을 냈다. 평균자책점만 놓고 보면 5일 휴식 후 등판(3.73)보다 더 좋다.
양현종도 이런 등판 일정에 대해 “던질 수 있다”며 크게 문제는 없다는 태도다. KIA로서도 일찍 정규시즌 1위를 확정지으면 양현종의 투구 일정을 조율해 줄 수 있고, 포스트시즌에 들어가면 한국시리즈 개막까지 충분한 휴식도 가질 수 있다. 어쩌면 지금이 마지막 고비다.
여기에 개인적 명예도 달렸다. 양현종은 현재 18승으로 20승에 도전한다. 남은 일정을 봤을 때 13일을 포함해 최소 3경기는 더 등판할 양현종이다. 이 중 2승을 더 추가하면 기념비적인 20승을 기록한다. 국내 선수 ‘선발 20승’은 1995년 이상훈(현 LG 코치) 이후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대기록이다.
승리에 운도 다소 필요함을 고려하면, 언제 이 기록에 다시 도전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 양현종이 시즌 막판 고비를 넘기고 팀의 한국시리즈 직행과 선발 20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