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선수 없는 日여자농구, 어떻게 亞최강 됐나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09.19 05: 29

일본여자농구는 어떻게 아시아 최강으로 우뚝 섰을까.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개최된 ‘2017 한일여자농구 클럽챔피언십’이 18일 우리은행(2승1패)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한일여자프로농구 1,2위 네 팀이 만나 우열을 가린 이번 대회는 한국농구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는 자리였다.
우리은행은 일본프로농구 W리그 챔피언 JX를 81-70으로 눌렀다. 우리은행은 삼성생명에 58-64로 발목을 잡혔다. 하지만 도요타와 마지막 경기서 67-58로 이겨 우승을 확정지었다. 우리은행은 일본 두 팀을 모두 잡아 한국여자농구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대회가 끝난 뒤 사토 키요미 JX 감독은 “삼성생명과 경기를 해보니 확실히 우리은행의 수준이 더 높다고 느꼈다. 다만 어제 삼성생명이 우리은행에게 잡힌 것은 서로를 너무 잘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도요타를 만나면 고전한다”며 우리은행의 전력을 높이 샀다.
위성우 감독은 우승을 하고 겨우 한숨을 돌렸다. 안방에서 일본팀에게 대패를 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했기 때문. 위 감독은 “일본팀을 잡아 다행이다. 선수들이 안방에서 질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가졌던 것 같다. 일본팀은 컨디션을 조절해가며 뛴 것 같다”고 평했다.
그도 그럴 것이 JX는 국가대표 주전 센터 도카시키 라무와 포인트가드 요시다 아마시를 빼고 경기를 했다. 한국이 주전들에게 의존한 반면 일본은 12명의 선수들을 여유 있게 돌아가며 기용했다. 주전과 후보의 기량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다. 
일본여자농구는 한국농구를 추월한지 한참이다. 한일챔피언십에서 우리은행이 우승했다고 한국농구가 더 우위라고 생각하는 농구인은 아무도 없다. 지난 6월 ‘2017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에서 일본은 WNBA스타 도카시키 라무를 빼고도 결승전에서 호주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013년부터 대회 3연패다. 일본은 이제 탈아시아를 꿈꾸며 2020년 도쿄올림픽 메달획득을 진지하게 노리고 있다.
선수층이 깊은 일본은 여자프로농구에 외국인 선수제도가 없다. 반면 선수층이 얕아 경기력이 떨어진 WKBL은 다음 시즌부터 3쿼터 외국선수 두 명을 투입하는 등 오히려 외국선수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당장 팀의 경기력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만, 한국 선수들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일본농구의 높은 수준은 정상급 프로팀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일본팀들은 빠른 스피드와 외곽슛을 주무기로 삼는 팀 컬러가 비슷했다. JX와 도요타에는 국가대표 가드 요시다 아사미와 오가 유코가 버티고 있다. 일본 가드들은 드리블과 개인기가 한국에 비해 뛰어났다. 경기 중에 스핀무브로 상대를 제치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일본가드들이 WKBL에 오면 연봉 5억 원은 우습게 받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 그만큼 잘한다는 말이다.
사토 키요미 JX 감독은 “일본선수들은 신장이 작다보니 빠른 스피드와 3점슛을 주무기로 삼는 색깔이 비슷하다. 프로팀은 물론 대표팀에서도 비슷한 색깔을 유지한다. 어떻게 하면 스피드를 활용하면서 3점슛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아프리카출신의 유망주를 어린 나이에 귀화시키며 선수수급에 매우 적극적이다. 고교팀에서도 팀마다 한 명씩 흑인선수를 보는 것이 흔한 일이 됐다. 일본에서 신체조건이 좋은 장신선수가 쉽게 나오지 않기 때문. 어린 나이에 귀화한 선수들은 일본어도 능숙하게 구사하며 기존 선수들과 잘 어울렸다.
JX에는 우메자와 카디샤 주나라는 혼혈선수가 뛰고 있다. 도요타에는 일본대표 마우리 에블린과 마우리 스테파니가 뛰고 있다. 외국선수제도가 없는 일본농구가 장신선수를 보유해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이었다.
JX에 도카시키 라무가 빠졌지만, 오사키 유카의 활약이 대단했다. 그는 지난 아시아선수권에서 일본을 우승으로 이끈 주역이다. 한국최고빅맨 박지수도 유카를 만나면 쩔쩔 맨다. 양지희도 현역시절 “도카시키보다 유카가 더 무섭다”고 할 정도였다.
오사키 유카는 “일본 내에서는 내가 키가 크지만, 국제대회에 나가면 작은 편이라서 어렵다. 수비를 중점적으로 하면서 팀에 맞추며 약점을 보완하려고 연습한다”고 밝혔다. 높이의 약점을 스피드와 조직력으로 만회하는 일본농구는 세계무대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WKBL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