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영화 ‘밤은 그들만의 시간’으로 데뷔한 이제훈은 올해로 벌써 10년 차 배우가 됐다.
배우 이제훈을 처음으로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 시킨 작품은 지난 2011년 개봉한 독립영화 ‘파수꾼’. 영화 ‘파수꾼’은 독립영화임에도 불구하고 2만이 넘는 관객수를 돌파하며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받았고 다수의 국내, 해외 영화제에서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제훈은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파수꾼’ 속 이제훈의 연기가 회자될 만큼 그는 혹독한 사춘기를 겪는 위태로운 고등학생을 완벽히 그려냈다. 영화 속 그는 서툴고 아프고 연약하고 쉽게 흔들리는, 상처 받은 소년의 모습으로 보는 이들에게 공감을 자아냈다.
이어 그는 영화 ‘고지전’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대위로 분해 충무로의 신성으로 거듭났다. 뒤이어 개봉한 영화 ‘건축학 개론’ 역시 이제훈의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그간의 강렬하고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어리숙하고 순진한 대학 새내기로 변신한 이제훈은 상대역 수지와 함께 풋풋한 로맨스를 보여주며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이후 이제훈은 ‘분노의 윤리학’ ‘파파로티’ ‘탐정 홍길동’ 등을 거치며 하나의 이미지에 안주하지 않고 매번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였다. 그 정점에 이른 작품이 지난 6월에 개봉한 영화 ‘박열’이다.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조선의 아나키스트 박열을 연기한 그는 외모부터 연기까지 파격 변신을 시도했다. 그의 뜨거운 열연은 신선한 충격과 함께 관객들을 감동시켰다.
‘박열’의 잔상이 없어지기도 전에 이제훈은 박열과는 완전히 정반대인 냉철한 원칙주의 9급 공무원 박민재로 분한 영화 ‘아이 캔 스피크’로 다시 한 번 스크린 공략에 나섰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나문희와의 세대를 뛰어넘는 케미스트리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이처럼 지난 10년간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그야말로 팔색조의 매력을 보여준 이제훈은 매 작품마다 하나에 안주하지 않는 도전 정신을 보여주며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하고 있다. 자신만의 연기 색깔을 찾아가고 있는 배우 이제훈의 앞날이 더욱 기대가 된다. /mk3244@osen.co.kr
[사진] 각 영화 스틸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