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의 20승과 KIA를 살린 수비였다.
KIA는 2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kt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15차전에서 5-3으로 승리했다. 안치홍의 연타석 투런홈런과 양현종, 임창용, 김세현으로 이어지는 철벽투를 앞세워 승리를 낚았다. 3일 kt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이긴다면 우승을 확정짓는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던 이날의 승부는 8회 김호령의 수비 하나로 갈렸다.
3-5로 뒤진 kt 8회말 2사 2,3루. KIA 소방수 김세현의 직구가 치기 좋게 살짝 높게 들어갔다. kt 타자 오태곤의 방망이가 놔두지 않았다. 게다가 2사 1,2루에서 유격수 김선빈의 1루 악송구가 나와 한 점을 내주고 동점 위기였다. 안타 하나면 동점이지만 게임은 kt로 넘어가는 위기 상황이었다.
오태곤의 정확하고 빠른 스윙은 정타를 만들어냈다. 누가보더라도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성 안타였다. KIA 더그아웃의 선수들의 얼굴을 얼음장처럼 굳었다. 선발 20승을 앞둔 양현종의 얼굴은 "아, 동점타구나"라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중견수 김호령이 있었다.
우중간쪽으로 치우친 수비를 했던 김호령은 어느새 타구 방향을 향해 바람처럼 뛰어갔다. 약간 짧은 수비였는데도 타구를 향해 약간 뒤로 달리면서 횡으로 40m 이상을 전력질주했다. 마치 아프리카 초원에서 치타가 먹이를 향해 전력질주하는 모습 그 자체였다. 타구는 여유있게 김호령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동점타를 이닝을 마치는 세 번째 아웃으로 변모시키는 김호령의 수비였다. TV 화면으로 볼때는 가볍게 잡는 쉬운 플라이성 타구로 보였다. 그러나 김호령의 동물적인 출발과 전력질주가 아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수비였다. 만일 버나디나가 중견수로 있었다면 다른 결과로 이어졌을 것 타구였다.
김호령이 가볍게 잡아내자 더그아웃에 모든 선수들이 두 팔을 번쩍 들면서 웃었다. 결국 김호령의 수비는 5-3 승리를 이끈 발판이 되었다. 힘을 받은 소방수 김세현은 9회 세 타자를 범타와 삼진으로 잡고 세이브를 따냈다. 김호령은 양현종의 20승을 지켰고 벼랑 끝에 몰렸던 팀을 9부 능선까지 끌어올렸다.
김기태 감독은 평소 김호령의 수비를 크게 칭찬한다. 그는 "호령이의 중견수 수비는 세계 최고이다. 타구에 대한 동물적인 빠른 스타트로 어려운 타구를 쉽게 처리한다"고 말했다. 이날도 절체절명의 순간, 치타 수비 하나로 모든 것을 지켜냈다. 특히 양현종 20승과 KIA 승리만이 아니었다. 이범호와 김선빈 등 내야수들이 저지른 4개의 실책까지 지웠다.
경기후 20승 투수 반열에 오른 양현종도 인터뷰에서 김호령에게 각별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만일 안타였다면 20승은 그대로 꿈에 그쳤을 것이었으니 당연했다. 그는 "맞는 순간 안타가 될거라고 생각했었는데 호령이가 가서 잡아서 솔직히 놀라웠다"고 말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