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의 20승을 달성하는 순간. 헥터 노에시(30)는 '원투펀치' 파트너 양현종(29)을 먼저 떠올렸다.
KIA는 3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kt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최종전을 10-2 완승으로 장식했다. 144경기 87승1무56패. 1경기 차로 KIA를 맹추격하던 두산은 이날 SK에 패하며 84승3무57패, 승률 5할9푼6리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선발투수 헥터 노에시의 역투가 빛났다. 헥터는 7이닝 10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6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20승(5패). 서른 번째이자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20승 고지에 올라섰다.
이날 헥터의 20승은 여러 모로 의미가 있었다. 우선 KIA의 정규시즌 우승 축포를 쏘는 데 밑바탕이 됐다는 점이 가장 컸다. 아울러 헥터보다 하루 먼저 대기록을 달성한 양현종과 함께 동반 20승을 이룩했다.
KBO리그 37년 역사에서 단일 시즌 20승 고지에 올라선 투수는 원년 박철순(22승)을 시작으로 이날 헥터까지 총 19명이었다. 이들 중 단일 시즌, 단일 팀 소속으로 대기록을 작성한 건 1985년 김일융과 김시진(당시 삼성)이 유일했다. 헥터와 양현종이 나란히 20승 고지에 올라서며 32년만의 대기록을 다시 만든 것이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헥터는 다소 편안한 표정이었다. 헥터는 본인 스스로 "진중한 성격이다"라고 밝혔으나 정작 익살스러운 모습을 많이 노출했다. 때문에 팬들은 헥터를 '진중갑'이라고 불렀다. 우승날만큼은 진중했다. 헥터는 "메이저리그에서는 정규시즌 우승을 하면 모두가 감격한다. 하지만 한국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문화 차이라고 생각한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우승의 순간. 헥터가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양현종이었다. 헥터는 '32년만의 동반 20승이다'라는 취재진의 이야기에 "그런가. 영광이다"라고 운을 뗀 뒤 "양현종에게 늘 했던 이야기가 있다. 양현종은 매년 좋은 시즌을 보내는 '리그 대표 에이스'다. 그와 함께 뛸 수 있어 기쁘다"라고 공을 돌렸다.
헥터와 양현종은 시즌 내내 KIA 선발진의 중추 노릇을 했다. 큰 부상 없이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매 경기 호투했다. 헥터는 경기당 6⅔이닝을 소화하며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꾸준함이 그대로 반영된 기록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30경기에서 201⅔이닝을 소화하며 '마의 200이닝' 고지를 넘어섰다. 올 시즌 유일한 200이닝 돌파 투수는 헥터다. 역대 KIA 외인 가운데 200이닝 고지에 올라선 건 다니엘 리오스(2004년, 222⅔이닝)와 마크 키퍼(2002년, 202⅓이닝) 둘 뿐이었다.
헥터는 우승 세리머니 직후 3루 더그아웃에서 김기태 감독과 진한 포옹을 나눴다. 이야기는 몇 마디 오가지 않았지만 그 얼마간의 포옹만으로 둘이 겪었던 고충과 감동이 전해졌다. 헥터는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우리 팀 감독이지만 넓게 보면 팀 동료다. 서로에게 고맙다는 말만 반복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제 시선은 한국시리즈로 향한다. 헥터에게 KBO리그의 가을은 낯설지 않다. 헥터는 지난해 LG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 선발등판, 7이닝 5피안타 2실점(1자책) 역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헥터는 "지난해 포스트시즌 경험이 도움될 것 같다. 사실 오늘도 부담스러운 경기였지만 그 경험 덕에 잘 이겨냈다"라며 "아직 많이 남았다. 그런 만큼 하루하루 준비를 얼마나 잘 하는지가 중요하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팀원들이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약속했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