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피 말렸던 타격왕의 주인공은 김선빈(28·KIA)이었다.
김선빈은 3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리는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 위즈전에서 9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4타석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김선빈은 이날 안타를 추가하지 못했지만 박건우(두산·0.367)를 불과 3리 차로 따돌리고 타격왕을 거머쥐었다.
김선빈은 1994년 이종범(0.394) 이후 23년만의 유격수 타격왕이라는 대업을 일궜다. 그는 시즌 중반 이후 내내 타격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특히 김선빈은 165cm라는 핸디캡을 극복하며 KIA의 선두타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정규시즌 우승에 기여했다.
김선빈과 박건우는 마지막 경기까지 타격왕 자리를 놓고 다퉜다. 만약 마지막 경기서 김선빈이 안타를 추가하지 못하고, 박건우가 맹타를 휘두를 경우 극적으로 타격왕이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박건우는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1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한창 탄력을 받는 가운데 불행한 일이 벌어졌다. 김재환의 우익수 뜬공을 중계하던 나지완의 송구에 박건우게 얼굴을 맞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그라운드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하던 박건우는 결국 대주자 조수행과 교체됐다. 검진결과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건우는 2타수 1안타로 최종전을 마쳐 타율 3할6푼6리로 타격 2위에 만족해야 했다.
▲ ‘홈런 1위’ 라이벌 없는 최정의 독주
박병호가 빠진 KBO의 홈런왕은 최정이었다. 최정은 올 시즌 타율 3할1푼6리, 46홈런, 136안타, 113타점을 쏟아냈다. 최정은 홈런 2위 로사리오(37개), 공동 3위 김재환(35개)과 스크럭스(35개)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홈런왕에 올랐다. 최정이 시즌 중반 부상으로 13경기에 결장했음을 감안할 때 시즌 50홈런도 충분히 가능한 페이스였다.
2005년 데뷔한 최정은 통산 271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시즌 당 20.8개의 페이스다. 최정이 지금의 상태를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이승엽의 통산홈런 1위 467홈런을 깨기 위해서는 최소 9시즌을 더 뛰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만 서른 살인 최정이 엄청나게 몸 관리를 잘해야 이승엽의 대기록에 근접할 수 있는 셈이다. 더구나 이승엽은 일본프로리그 진출로 8시즌의 공백까지 있다. 이승엽이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새삼 알 수 있는 대목.
메이저리그서 KBO리그로 복귀한 이대호는 복귀 첫 시즌 34홈런으로 5위에 올랐다. 최정의 동료 로맥(31개, 공동 6위), 한동민(29개, 8위), 김동엽(22개, 18위) 등도 홈런상위에 올랐다. SK는 팀홈런 234개로 2위 두산의 178개를 크게 앞지르며 대포군단의 위용을 과시했다.
▲ 1할 타자 미운오리 러프의 ‘타점왕’ 대반전
타점에서는 러프가 시즌 124타점으로 최형우(120타점)를 제치고 타점왕에 올랐다. 러프는 시즌 최종전에서 타점을 추가하지 못했지만, 2위 최형우도 동반 침묵하면서 타점왕에 등극했다. FA 100억 원의 시대를 연 최형우는 타점 2위에 오르며 KIA의 정규시즌 우승에 기여하며 충분히 몸값을 해냈다는 평가다.
대반전이 아닐 수 없다. 4월까지 러프는 타율 1할5푼을 기록하며 빈타에 허덕였다. 삼성 팬들 사이에서 러프는 조롱의 대상이었다. 러프를 교체하지 않는 김한수 감독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팬들도 많았다.
5월부터 러프는 대반전을 시작했다. 5월초 처음 2할대 타율에 진입한 러프는 맹타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6월 중순에는 그 동안의 부진을 모두 만회하며 첫 3할 타율을 정복했다. 이후 러프는 꾸준하게 3할대 타율을 유지하며 삼성의 중심타자로 우뚝 섰다. 벌써부터 러프에 대한 재계약설이 나올 정도로 믿음을 주는 선수가 됐다. 그야말로 미운오리의 백조 변신이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