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제리 소녀시대’가 전례없는 8부작 드라마로 편성됐지만, 그 어느 때보다 호평을 받으며 막을 내렸다.
지난 3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에서는 자신을 짝사랑한 배동문(서영주 분)을 선택하는 이정희(보나 분)와 자신을 위해 경찰서까지 들어간 주영춘(이종현 분)과 마을을 떠나는 박혜주(채서진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박혜주는 자신의 아버지 문제 때문에 아무 죄 없이 경찰서에 끌려간 주영춘(이종현 분)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주영춘을 좋아해 이것 저것 챙겨줬을 뿐, 그에겐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증언했다. 이 때문에 박혜주는 소문에 휩싸여 퇴학 조치를 받았다. 주영춘은 자신과 엮여봤자 좋을 게 없을 것이란 생각에 박혜주를 밀어냈지만, 결국 박혜주를 붙잡고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학교와 마을을 떠난 박혜주를 위해 이정희는 학교에서 고별 방송을 진행했다. 그는 이로 인해 근신 처분을 받았다. 배동문은 박혜주와 주영춘을 보며 “나도 제대로 시작할 거다. 이정희의 남자친구로”라며 마음을 고백했다. 이정희는 처음에는 싫었던 배동문의 짝사랑을 조금씩 받아들이며, 자신의 첫사랑 손진(여회현 분)의 고백에도 배동문을 선택했다.
‘란제리 소녀시대’는 1970년대 대구를 배경으로 고등학생들의 풋풋한 첫사랑과 암울했지만 행복이 있었던 그 시대를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달콤쌉싸름한 이정희와 박혜주의 첫사랑도 잘 담겼고, 비록 시대적 배경은 아무나 ‘빨갱이’로 잡아넣는 폭력적 시대였지만, 그 시대만이 가질 수 있는 낭만이 있었던 70년대 대구를 제대로 표현해냈다.
특히 ‘란제리 소녀시대’는 자극적인 사건 없이 다양한 세대가 공감하며 볼 수 있었던 드라마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만인 공통의 화제인 ‘첫사랑’을 시대적 배경에 잘 녹아내며 부모님 세대에겐 향수를, 젊은 세대에겐 새로움과 설렘을 안겼다. 거기에 김선영이 그린 ‘그 때의 엄마’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다양한 미덕이 존재한 ‘란제리 소녀시대’는 드라마계에서는 드물게 8부작 드라마다. 이 때문에 ‘땜빵드라마’라는 인식이 강했다. ‘란제리 소녀시대’의 제작발표회에서 KBS 정성효 드라마센터장은 “땜빵드라마가 아닌 오랜 시간을 공들여 준비한 작품”이라고 밝힌 바. ‘땜빵드라마’라는 오명을 타파해준 건 다름 아닌 ‘란제리 소녀시대’의 작품성이었다.
‘란제리 소녀시대’는 8부작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웰메이드라는 호평을 받으며 마무리 됐다. 그야말로 ‘대반란’이었다. 신인배우들로 채워진 라인업에 8부작 드라마라는 새로운 도전임에도 성공리에 마친 ‘란제리 소녀시대’는 스타 없이, 막대한 제작비 없이도 스토리와 연출만 탄탄하다면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다는 진리를 일깨웠다. / yjh0304@osen.co.kr
[사진] ‘란제리 소녀시대’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