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혹은 자가복제?
여성듀오 볼빨간사춘기는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인디뮤지션이다. 지난해 '우주를 줄게'가 인기를 끌면서 단번에 음원퀸으로 등극하면서 발표하는 신곡마다 음원차트 '올킬'을 기록해내고 있다. 그리고 롱런까지 당연한 팀이 됐다. 볼빨간사춘기의 음악에는 대중의 취향이 반영됐고, 이 취향이 볼빨간사춘기의 음원 파워를 이끌고 있다.
최근 발표한 신곡 '썸 탈거야'로 여전히 이런 파워를 유지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타이틀곡뿐만 아니라 '나의 사춘기에게'와 'Blue' 등 볼빨간사춘기의 새 앨범이 전체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그만큼 요즘 세대에 가장 '핫'한 뮤지션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가요계 대형 컴백이 없는 10일간의 추석 연휴, 이변이 없는 한 볼빨간사춘기의 음악들이 꾸준히 차트를 점령할 것으로 보인다.
볼빨간사춘기의 음악이 공감, 그리고 개성으로 음악 팬들을 사로잡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도 존재한다. 자가복제다. 볼빨간사춘기는 보컬 안지영의 독특한 음색이 이들 음악의 정체성 중 하나로 작용한다. 그리고 이들만의 특유한 분위기가 있고, 현실적이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재치 있는 가사가 재미있다.
이는 볼빨간사춘기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지만, '우주를 줄게', '좋다고 말해', '썸 탈거야'로 이어지는 이들의 음악은 일부에서 '자가복제'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팀 특유의 개성이 강하고 이 색깔이 볼빨간사춘기 음악의 정체성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자가복제 지적에도 여전히 이들의 음악이 파워를 발휘하며 대중의 사랑받고 있다는 점은 분명 높이 평가해야 할 부분이다.
밴드 버스커버스커 장범준과 비슷한 경우다. 장범준는 '벚꽃엔딩'이라는 인생곡, 최대 히트곡을 탄생시켰고 버스커버스커의 음악이나 장범준의 솔로 앨범까지도 늘 주목받았다. 그 역시 '벚꽃엔딩' 이후 늘 음원차트에서 강세를 보이는데 그가 컴백할 때마다 '자가복제'라는 말이 따라왔다. 장범준의 보컬이 워낙 개성 있는 색깔을 내고, 그가 주로 곡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들의 음악이 통일성을 갖게 된 것. 하지만 자가복제라는 지적에도 장범준은 여전히 사랑받는 뮤지션이다.
볼빨간사춘기도 자가복제 지적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새 앨범 'Red Diary Page.1'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우리가 내는 음악들이 비슷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우리만의 장점이라고도 생각한다. 앞으로 많이 하다보면 음악 스타일이 분명 바뀔 것 같다. 밝고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볼빨간사춘기만의 매력으로 다가가겠다"라고 직접 언급한 바 있다.
물론 앨범 타이틀로 대표되는 볼빨간사춘기의 음악들에서 비슷한 분위기를 부정할 순 없지만, 이들이 단지 자가복제적인 음악만으로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이번 앨범의 '나의 사춘기에게'나 'Blue'의 경우 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 음악들에선 이들의 또 다른 색깔과 다른 느낌의 공감을 전달받을 수 있다. '썸 탈거야' 이상으로 인상적이다. 이들이 말했던 것처럼 볼빨간사춘기가 앞으로 들려줄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seon@osne.co.kr
[사진]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