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무비] "웃음기·로맨스 0%"..'남한산성', 추석 극장가 통했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10.04 17: 30

 영화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에는 그 흔한 코믹 요소나 남녀의 사랑이 없지만 개봉 첫날부터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제(3일) 44만 4586명을 동원하며 누적 관객수 47만 3504명을 모았다. 이날 하루 27만 1263명을 모은 ‘킹스맨2:골든 서클’보다 더 많은 관객 수를 동원해 일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퓨전 코믹 사극이 흥행에 성공하기 더 쉬움에도, 정통 사극이 관객을 사로잡기 힘들다는 불문율을 깬 것이다. 영화는 동명의 소설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때의 상황과 다르지 않았다.
‘남한산성’은 인조 정권 시대 발발한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의 군대를 피해 경기도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인조와 신하들이 고립무원 속에서 혹독한 겨울을 견뎠던 47일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조선을 둘러싼 명나라, 청나라와의 분쟁이 더욱 가열되었던 시기였다. 역사 속 인물들의 갈등이 스크린에도 옮겨진 셈이다.

영화는 감독의 상상력을 가미해 영화적 재미를 추구하기보다 정정당당히 인조와 대신들의 관계를 그렸다. 역사적 인물들과 시대상을 반영해 충실하게 재현해낸 정통 사극인 것이다. 소설은 1장 눈보라부터 2장 언강~40장 성안의 봄으로 구성됐지만 영화는 11장으로 줄였다. 장은 줄어들었지만 원작의 글맛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어린 나이의 관객들도 알아 들을 수 있게 한문을 배제하는 각색 작업을 진행했다.
원작도 그렇지만 조선의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전쟁 중이기 때문에 러닝 타임 내내 심각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흐른다. 배고프고 추운 겨울에 지친 백성들, 그런 백성들을 바라보는 인조, 왕의 선택을 기다리는 충신들 사이에 웃음과 로맨스가 끼어들 틈이 없다.
1636년 병자년 겨울. 청나라 10여만 대군이 남한산성을 에워싸자 조선은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인다. 쓰러진 왕조의 들판에 대의는 꽃처럼 피어날 것이라는 척화파 김상헌(김윤석 분)과 삶의 영원성은 치욕을 덮어서 위로해줄 것이라는 주화파 최명길(이병헌 분). 두 사람이 칼날보다 서슬푸르게 맞선다. 성 안팎에 봄은 기어코 오는데, 살 길은 실천 불가능한 자존과 실천 가능한 치욕 사이로 뻗어 있었다.
김상헌을 맡은 김윤석과 최명길 역의 이병헌을 비롯해 인조 역 박해일, 대장장이 서날쇠 역의 고수, 수어사 이시백 역의 박희순이 모두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한 인물만 돋보이지 않고 톱니바퀴처럼 얽혀 서로 영향을 미친다.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들과 '수상한 그녀' '도가니' 감독이 모여 만든 뜨거운 케미스트리가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빚어냈다.
영화가 던지는 화두는 오늘의 우리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과 일본, 중국, 북한 사이에서 대한민국은 위기에 처해 있다. 경제적 압박과 안보의 위기는 커져가고 있는데, 과거의 역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말이 있듯 외교적 지혜를 모아야할 때가 아닐까싶다./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및 스틸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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