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투수 교체 타이밍은 끝까지 잘 맞지 않았다. 투수교체가 아무리 결과론적인 이야기라고 해도 벼랑 끝에 몰린 팀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느긋했다.
SK는 5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5-10으로 완패했다. 준플레이오프를 위해 2연승이 필요했던 SK는 첫 판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지며 가을야구를 단 1경기로 마무리했다.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넥센에 졌던 SK는 5강 재진입에 만족해야 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4위 팀에 철저히 유리한 제도다. 정규시즌 4위 팀에게 그만한 이득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5위 팀은 시작부터 벼랑이다. 한 판만 지면 그대로 가을이 끝이다. SK도 비장한 각오로 시작했다. 이날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 시리즈를 2차전으로 끌고 가겠다는 계산이었다. 2015년에도 1차전에서 패해 한 번에 가을야구가 끝난 SK로서는 이번에는 다른 결과를 기대했다.
경기 전 트레이 힐만 SK 감독도 ‘총력전’을 선언했다. 가지고 있는 엔트리 자원을 모두 활용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상대 선발 제프 맨쉽에 이어 이재학이나 김진성이 등판하면 좌타 대타 요원을 최대한 쓰겠다는 구상이었다. 선발 메릴 켈리가 부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MLB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에이스들이 부진하면 이닝과 관계없이 조기강판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질문에 힐만 감독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운영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켈리는 시작부터 흔들렸다. 최고 구속은 151㎞까지 나오는 등 구속 자체는 정상이었다. 그러나 긴장한 탓이었을까. 제구가 흔들렸다. 1회 나성범에게 3점 홈런, 박석민에게 솔로 홈런을 맞고 4실점했다. 죄다 한가운데 몰린 공들이 장타로 이어졌다. SK는 3회 2점을 추격하며 반격의 기틀을 마련했다. 비교적 좋은 시점에 나온 추격의 득점이었다. 그러나 3회 4점을 허용하며 경기 주도권을 완전히 내줬다.
3회에 켈리가 마운드에 올라오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켈리를 지나치게 끌고 갔다. ‘불안불안’한 사이에 순식간에 실점이 올라갔다. 1사 후 스크럭스에게 우전안타를 맞은 것까지는 괜찮았다. 시프트가 좌측으로 쏠려 있기에 나온 안타였다. 그러나 이호준 타석부터 고전했다. 몸쪽 제구가 잘 되지 않았다. 결국 볼넷을 내줬다. 이어 타석에는 박석민이 섰다. 박석민은 첫 타석에서 켈리를 상대로 시원한 좌월 솔로포를 쳤다. 첫 번째 교체 타이밍이었다.
그러나 SK는 켈리를 밀어붙였다. 불펜에 제대로 몸을 풀고 있는 선수도 없었다. 결국 박석민에게 좌익수 키를 넘기는 적시타를 맞았다. 역시 제구가 문제였다. 뒤늦게 데이브 존 투수코치가 올라왔다. 교체는 없었다. 하지만 이미 흔들린 켈리였다. 권희동 타석 때 폭투가 나오며 실점이 이어졌고 권희동에게도 볼넷을 내줬다. SK는 백인식으로 투수를 교체했으나 이미 기세를 탈대로 탄 NC를 막아서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NC 타자들의 집중력이 워낙 좋았다. 스트라이크 존을 확실하게 설정하고 들어갔고, 그 존에 들어오는 공은 안타를 치지 못하더라도 철저히 커트해냈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유독 늦다”는 평가를 받았던 SK의 투수교체 타이밍도 비판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였다. 데이브 존 코치가 구상을 짜고 힐만 감독이 결정을 내리는 구조 속에서 “기민하게 움직이지 못한다”는 비판은 끊임이 없었다.
이런 SK의 잠재적 불안요소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해결되지 않았다. 패배라는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뭔가 해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추락한 느낌은 쉬이 지워지지 않았다. 팀 타선이 6회까지 5점을 내며 어느 정도 득점 지원을 한 것을 생각하면 더 그랬다. 올 시즌 NC전 상대 전적이 비교적 좋았던 박종훈을 2차전 선발로 빼며 이날 출전 명단에서 지운 것 또한 지나고보니 아쉬웠다. /skullboy@osen.co.kr
[사진] 창원=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