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다를 것이라 다짐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5위로 가을야구에 얼굴을 내민 SK가 한 경기 만에 쓸쓸히 퇴장했다.
SK는 5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초반부터 마운드가 무너진 끝에 5-10으로 졌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위해 마산에서 2연승이 필요했던 SK는 믿었던 에이스 메릴 켈리가 2⅓이닝 8실점으로 무너지며 힘 한 번 써보지 못했다. 타선도 NC만한 끈질긴 집중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동엽의 부상으로 정진기가 홈런 두 방에 3타점을 올리며 분전했으나 정작 주축 타자들이 부진했다.
SK는 2년 만에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의 기적을 노렸으나 이번에도 조기 탈락했다. SK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제도가 도입된 2015년 5위로 이 무대에 올랐다. 당시 4위 넥센과 연장 혈투를 펼쳤으나 연장 10회 역전패하며 짐을 쌌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SK는 KBO 역사상 두 번째로 외국인 사령탑인 트레이 힐만 감독을 선임하고 반등을 꾀했다. 정규시즌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당초 SK는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 없었던데다 에이스 김광현까지 이탈해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낮게 점치는 전문가가 많았다. 하지만 힐만 감독이 새롭게 만들어 낸 분위기가 팀 전력을 무형적으로 살찌우며 치열한 5위 싸움에서 살아남았다.
NC가 최종전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인 반면, SK는 일찌감치 5위를 확정지은 상황에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임했다. 이에 SK의 전망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팀이 정규시즌에 보여준 약점을 메우지 못하며 패퇴했다. 최근 3년간 포스트시즌에서 경쟁했던 NC는 SK보다 더 노련했고, 여기에 집중력도 강했으며, 벤치의 운영도 한 수 위였다.
SK는 올 시즌 홈런의 팀이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팀 타율 최하위권이라는 아킬레스건이 있었다. 포스트시즌과 같이 수준급 팀들이 나오는 무대,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투수들이 나오는 무대에서 장타에 의존한 공격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 SK는 이날 연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2회 1사 2,3루에서 2점을 뽑으며 선전했으나 그 후에는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3점은 정진기의 홈런에서 나왔으나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시즌 내내 문제였던 불펜과 투수 운영은 이날도 그대로였다. SK는 이날 총력전의 구호가 무색하게 선발 켈리의 교체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한 끝에 그대로 주도권을 내줬다. 불펜 투수들도 불안했다. 1⅔이닝을 비교적 잘 막은 박희수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든 불펜 투수들이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중반 이후 집단 마무리 체제가 오래 가다보니 전체적인 불펜 투수들의 컨디션도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다.
물론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오른 것도 성과는 성과다. 비록 한 경기이기는 하지만 이날 포스트시즌에 처음으로 나선 선수들은 귀한 경험을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그 성과를 확인한 동시에, SK가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 또한 확인한 한 판이었다. 내년에도 너무 짧은 가을을 보내지 않기 위해서는 이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지금 당장 다시 뛰어야 한다. /skullboy@osen.co.kr
[사진] 창원=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