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1] 조원우의 '부정 투구' 어필, 해커 흔들리지 않았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0.08 18: 46

 에릭 해커(34·NC)가 유니폼에 공을 문지르는 부정 투구 행위를 거듭 지적받았다. 적장의 어필 직후 1실점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해커는 8일 부산 사직야구장서 열린 롯데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등판, 7이닝 8피안타 3사사구(2볼넷)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비록 불펜 방화로 승리를 날렸지만 호투 자체는 빛났다.
이날 해커는 11개의 출루를 허용하고도 1실점만 하는 짠물투를 선보였다. 그러나 다소 논란이 될 법한 장면도 있었다. 1회말 롯데의 공격. 롯데는 1사 후 손아섭의 안타와 최준석의 볼넷으로 득점권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캡틴' 이대호가 해커의 체인지업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후속 강민호 타석. 강민호가 배터 박스에 들어오기 앞서 전일수 구심이 해커에게 지적한 뒤 공을 바꿨다. 부정 투구였다.

2017 공식 야구규칙 8조2항에 따르면 투수는 (1) 투수판을 둘러싼 18피트의 둥근 원 안에서 투구하는 맨손을 입 또는 입술에 대는 행위, (2) 공에 이물질을 묻히는 것, (3) 공, 손 또는 글러브에 침을 바르는 것, (4) 공을 글러브, 몸 또는 유니폼에 문지르는 것, (5) 어떤 방법으로든 공에 상처를 내는 것, (6) 이른바 샤인볼, 스핏볼, 머드볼, 또는 에머리볼을 던지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
올 시즌 배영수(한화)를 시작으로 조쉬 린드블럼(롯데), 임기영, 이민우(이상 KIA) 등이 유니폼에 공을 문지르는 동작으로 도마에 올랐다. 심판진은 "경기 중에는 이를 더욱 강하게 지적할 것이다. 지적에도 개선되지 않으면 퇴장까지 시킬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롯데 벤치는 이를 적극적으로 파고들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0-2로 뒤진 4회말 롯데 공격 시작을 앞두고 더그아웃에서 나와 전일수 구심에게 어필했다. 마운드의 해커 쪽을 가리킨 뒤 유니폼을 문지르는 동작을 재현하며 차분히 어필을 이어갔다. 부정투구 관련 어필로 보였다. 전일수 구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를 받아들였다. 엄밀히 말해, 부정 투구는 어필 플레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심판진의 주의를 끌어올리며 동시에 해커에게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결국 영향이 있었다. 선두 김문호에게 몸 맞는 공을 던진 뒤 후속 앤디 번즈에게 좌전 안타를 내줬다. 이어 문규현의 땅볼 때 주자 두 명이 진루하며 1사 2·3루, 황진수가 2루 땅볼로 3루주자를 불러들였다. 앞선 3이닝,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던 해커가 롯데에 첫 실점했다. NC의 2-1 리드. 
그러나 동점은 허용하지 않은 해커는 6회 1사 1,3루 절대 위기에서 삼진-뜬공으로 또 한 번 위기를 벗어났다. 7회에는 2사 1,2루에서 강민호를 삼진으로 처리, 7이닝 1실점의 QS+로 호투했다.
유니폼에 공을 문지르는 행위는 분명 잘못이다. 악의없이 습관에서 나오는 동작이라는 게 야구인들의 이야기이지만 규칙은 규칙이다. 이를 지적한 심판진이나 조원우 감독의 어필은 정당했다. 공은 해커에게 돌아온 셈이었다. 그리고 해커는 흔들리지 않았다. '에이스'의 면모를 제대로 뽐낸 셈이다. /ing@osen.co.kr
[사진] 부산=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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