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1] '11출루 1실점' NC 해커, 불펜 방화에도 빛난 PS 해킹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0.08 18: 46

에릭 해커 상대로 만든 열한 번의 출루. 그러나 롯데 타자들 중 홈을 밟은 건 단 한 명에 불과했다. 해커가 짠물투로 롯데 타선을 잠재웠다.
해커는 8일 부산 사직야구장서 열린 롯데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등판, 7이닝 8피안타 3사사구(2볼넷)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2-1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NC 불펜이 이를 지키지 못하며 노 디시전. 그럼에도 해커의 역투는 빛났다. NC도 연장 접전 끝 9-2 승리로 구색을 맞췄다.
해커는 정규시즌 26경기에 선발등판해 160⅓이닝을 소화하며 12승7패,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했다. 제프 맨쉽과 나란히 팀내 최다승. 때문에 김경문 NC 감독으로서는 해커 카드를 언제 꺼내들어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김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해커를 SK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선발투수로도 고민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김 감독은 맨쉽을 믿고 해커를 아껴뒀다. 물론 단판승부나 다름없는 와일드카드 결정전도 중요했지만, 해커 카드를 꺼내들고 롯데와 만나면 그만큼 패가 하나 줄어드는 것이니 당연했다.

NC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10-5 완승으로 장식하며 출혈을 최소화했다. NC로서는 해커를 롯데전에 낼 수 있으니 최상의 결과였다. 해커는 올 시즌 롯데 상대로는 두 차례 선발등판해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3.75로 무난했다. 통산 롯데전에는 13경기에 선발등판해 4승4패, 평균자책점 3.62.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는 약한 모습이었다. 해커는 통산 6경기에 등판해 34⅓이닝을 소화했지만 1승4패, 평균자책점 4.19에 그쳤다. 그나마 지난해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합쳐 3경기서 21⅔이닝을 소화하며 1승1패 평균자책점 2.49로 이름값을 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올 시즌 해커에게는 두세 점씩 뽑아왔다. 150km대 빠른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기에 칠 공만 치면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실 해커는 이날 경기도 완벽한 모습은 아니었다. 해커는 7회까지 소화했지만 5회를 제외한 매 이닝 주자를 허용했다. 심지어 2회를 제외한 남은 5이닝에서는 득점권에 번번이 주자를 허용했다. 그런 해커를 지켜낸 건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이었다. 해커는 득점권 7타수 무피안타로 스스로 만든 위기를 벗어났다.
이날 해커는 체인지업(34개)을 축으로 투심(25개), 커터(21개), 커브(18개), 속구(6개)를 섞어던졌다. 스트라이크가 70개였고 볼은 34개였다. 스트라이크/볼 비율 2:1을 상회하는 깔끔한 제구였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은 65%.
삼진을 솎아내는 위닝샷도 다양했다. 해커는 이날 6개의 삼진을 기록했는데 속구(5회 최준석)와 투심(6회 문규현)의 비중은 높지 않았다. 반면, 체인지업(1회 이대호, 3회 최준석, 7회 강민호)을 적극적으로 구사하며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끌어냈다.
많은 출루 허용에도 투구수 조절은 효율적으로 했다. 6회까지 아홉 개의 출루를 허용하고도 89구로 끊었다. 이는 해커의 7회 등판으로 이어졌다. 해커는 7회에도 안타 두 개를 맞았지만 15구로 아웃카운트 세 개를 잡아냈다. 롯데 타자들이 성급하게 덤벼들었던 건 해커가 그만큼 방망이를 잘 이끌어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조원우 감독이 경기 전 말한 '칠 공만 치기'에 실패한 셈이다.
비록 본인의 승리는 날아갔지만 팀은 이겼다. 그리고 해커가 그 주춧돌을 놓은 것은 분명하다. 해커의 포스트시즌 해킹이 빛난 이유다. /ing@osen.co.kr
[사진] 부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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